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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정 유정 지음 『28』
보령 독서 시민 이 원규
2020년 10월 21일 (수) 09:51:04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소설 28 어떤 작품인가?
  소설 28 은 수도권 근교 화양시라는 가상의 도시가 미지의 질병에 대유행 속에서 무너져가는 28일간에 에피소드를 등장인물의 시선을 통해 교차적으로 보여 주며 진행되는 재난 소설이다. 현 시점에서 소설 28의 가치가 새롭게 빛나는 것은 소설이 유행병에 노출된 세계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역동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은 별개로 때론 유기적으로 엉키며 이 거대한 절망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안내자이자 질문자로 자신의 서사를 완성해 나간다. 치명적인 질병이 발생하고 그 안에 고립된 사람들과 해당 질병을 대하는 국가의 자세 그리고 우리 공동체가 질병을 견뎌내는 방식을 통해 작가는 소설 속에서 천천히 하지만 집요하게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새삼스럽지만 지금 이 소설을 다시 책장에서 꺼낸것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바로 이 소설 속에서 작가 정유정이 던진 질문에 해답과 닿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코로나19라는 재앙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어떤 식으로 우리가 재난을 바라봐야 하는지를 알 수 있으리라 믿는다.
  소설 속 화양시는 28일간의 처참한 시간 속에서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그 안에 남은 것은 온전히 타버린 문명의 잔재뿐이었다. 무엇이 화양시를 무너트렸는가? 치명적인 질병?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 소설 속 화양시를 무너트린 것은 이 모든 문제보다 근본적인 문제 바로 인간다움을 포기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었다.
 그렇다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소설 28을 읽으며 또한 코로나19로인해 세계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문제 속에서 내가 내린 해답은 "동정을 상실한 문명은 야만과 다르지 않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인 혹은 타자를 연민하고 동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핵심인 것이다.
  2020년 전세계는 코로나19라는 질병 앞에 혼비백산하여 사회 공급망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능이 마비될 만큼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을 파생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보다 높은 수준의 전염성과 치사율을 탑재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을까?
  멀리 예를 들것도 없이 2014년 미국을 들썩이게 했던 치사율 90%의 에볼라 바이러스가  낮은 치사율과 보다 높은 전염성을 갖춘 변종 바이러스의 형태로 인류 앞에 나타났을 때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는 데는 불과 며칠 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 끔찍한 현실이 펼쳐질 때 지금보다 더 큰 혼란과 공포를 인류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세계적 석학들은 앞으로의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거라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인류가 그 어떤 바이러스나 세균 에도 위협받지 않을 슈퍼 인류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다면 그 이후 우리가 달라져야 하는 것은 어떠한 재난상황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채 타인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깊게 새긴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어떤 집단 혹은 누군가에게 주홍 글씨를 붙인 채 매도하는 것은 아주 편리한 방법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러한 야만을 선택하지 않았다. 타자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각각의 지옥으로 돌진하듯 무너져 버린 화양시의 전철을 밟기 보다 보다 나은 방향으로 사회의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 문화는 사회현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소설 28의 초판 발행일은 2013년 6월 그리고 2개월 뒤 2013년 8월 김성수 감독의 감기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야기의 구체적인 진행과 결론은 달랐지만 두 이야기에서 그려지는 큰 줄기는 완벽히 동일하다. 이 기이한 현상 앞에서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내 뇌리를 가장 먼저 스친 것은 이 영화는 표절 작품인가? 라는 의심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영화가 하루 이틀에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6월에 출간된 소설을 표절한 영화가 같은 해 8월에 개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작가의 말에서 정유정 작가는 2010년 구제역 사태로 전국의 돼지들이 땅에 묻히는 모습을 뉴스로 접하며 소설 28의 시놉시스를 완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같은 사안에서 영화 감기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렇듯 문화적 창작물은 사회현상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게 볼 때 2020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받은 문화적 2차 3차 창작물 속에서 코로나 이후 인류는 어떤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소설 28에서 정유정 작가가 독자에게 던졌던 질문은 우리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상에서 살기 위해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 라는 질문의 또 다른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동정을 잃은 문명이야말로 야만이며 우리는 연대와 인류애를 통해서만 질문에 대한 온전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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