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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알베르 카뮈 지음 『페스트』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0년 09월 15일 (화) 11:08:18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1947년에 초판이 발행된 카뮈의 대표작 '페스트'는 1960년까지 65만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이다. 전염병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내용으로 한번은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 북아프리카 알제리 지역에 있는 당시 프랑스 식민도시인 오랑이라는 곳이다.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오랑시의 시민들은 일상을 즐기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랑시의 의사 베르나르 리외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쥐의 사체가 발견된다. 리외의 아파트 수위는 누군가가 장난을 친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날이 갈수록 쥐의 사체는 도시 곳곳에서 대량으로 발견된다. 평온하기만 했던 도시는 불과 며칠 사이에 공포의 분위기로 뒤집힌다.  쥐 떼의 죽음에 이어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하자 당국은 위기를 감지하고 오랑시를 폐쇄한다. 폐쇄당한 도시에 갇힌 오랑시민들은 한여름의 더위와 페스트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으로 무기력에 빠진다. 이 작품은 전염병에 직면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전염병에 대항하기 위한 제각각의 방식을 보여준다.

■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카뮈가 생각하는 세상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설명할 수도 없는 모순덩어리 즉, 부조리한 곳이다. 하지만 그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맞서 대항하는 것이 우리가 갖춰야 할 삶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마치 끝도 없이 떨어지는 돌덩이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와 같이. 우리에게 끊임 없이 떨어지는 모순과 부조리의 덩어리를 어떤 식으로든 밀어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때 우리에게 굴러 떨어지는 이 부조리의 덩어리를 대하는 태도는 제각각 다르다. 그러므로 이 상황에 대항하는 방식 또한 각양각색일 것이다. 카뮈는 이러한 부조리에 대한 반항의 과정 속에서 자신만의 본질을 찾게 된다고 생각했고, 이 작품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전염병에 대항하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현재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다.

■ 누가 진정한 영웅인가

우선 주요 등장인물들을 살펴보자. 페스트 방역에 맞서는 르외와 의료인들, 오랑시의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시민들을 돕는 공무원 그랑,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보건대를 조직하는 타루가 있다. 반면 불안과 무기력에 빠진 시민들에게 페스트는 세상의 타락에 대한 징벌이라고 설교하여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파늘루 신부, 이 상황에서 밀수품으로 이익을 취하는 코타르, 그리고 자신은 이 도시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며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기자 랑베르가 주요 인물들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인물들이 전염병에 대한 제 각각의 대응방식을 보여주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변화되는 지점을 놓치지 않고 읽어야 한다. 특히 취재차 오랑시를 방문했다가 폐쇄조치에 강제로 갇혀버린 기자 랑베르에 주목해보자. 어떻게든 이 도시를 빠져나갈 궁리만 했던 랑베르는 마음을 바꾸며 이렇게 말한다."저는 늘 이 도시의 이방인이고, 여러분과는 아무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겪을대로 다 겪어보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제가 이곳 사람이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이 일은 우리 모두와 관계됩니다." 갑자기 그들 앞에 떨어진 이 전염병 앞에서 시민들은 결국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개인의 운명이 아닌 집단의 역사가 될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운명 앞에서 연대의식을 발휘하는 인물들을 통해 카뮈는 반영웅주의를 말한다. 시대적 어려움 속에서 진정한 영웅은 사람들 앞에 나선 가시적인 인물들이 아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그냥 묵묵히 본인의 일을 해나가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진정한 영웅인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지금 우리가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나라에 경우 코로나 초기 방역의 성공을 이룬 배경에는 고강도 저임금의 노동자들의 인력을 이용하기 쉬운 한국의 노동시스템이 존재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전염병 시대에 누구나 유급 재택근무를 하고 노동과 휴식의 조율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대항하는 과정에서 희생에 노출된 사람들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자신의 생명과 줄다리기를 해야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페스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페스트란 무엇인가. 살다 보면 생기는 일일 뿐이다." 의사 리외의 말이다. 그는 페스트의 종식을 듣고 기쁨에 들떠 거리에 나온 사람들을 보며 이런 환희가 그동안 늘 위협받아 왔음을 깨닫는다. 페스트는 결코 죽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깨워 어느 행복한 도시에서 죽으라고 보낼 날이 분명 올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코로나 시대를 견뎌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올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그동안 주기적으로 이런 전염병의 창궐에 고통받아 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에 언제든지 찾아 올 수 있는 시지프스의 돌덩어리가 전염병 뿐이겠는가. 인간의 자유와 생명을 박탈 할 수있는 다양한 종류의 부조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위기와 재난을 겪으면서 인류가 더 나아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실제로 발전시켜 온 사례들을 알고 있다. 반면 그 이면에는 위기가 찾아 올 때마다 수면 아래에 잠식해 있던 문제들이 어떻게 떠오르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기대만큼 엄청난 소용돌이를이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 다만 개인적 운명들이 어떻게 집단의 역사로 변모하는지 그 흐름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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