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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에드워드 올비 지음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책 익는 마을 유 하나
2020년 07월 14일 (화) 10:57:32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이 작품의 장르는 '드라마'이다. 쉽게 말해 연극을 위해 쓰여진 대본작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연극 뿐 아니라 영화나 책으로도 만날 수 있다. 책의 모든 글이 대사로 이루어져 있어 영화나 연극을 보듯이 실감나게 읽을 수 있다.

작가 에드워드 올비는 1963년 최고의 연극상인 '토니상'을 수상한다.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미국 사회를 뒤집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드라마 장르의 원조는 영국의 '셰익스피어(Shakespeare)’이다. 미국의 연극이 영국의 것과 비교되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올비는 미국의 연극을 미국식으로 잘 표현한 대표 작가들 중의 한명으로 꼽힌다.

줄거리는 이렇다. 평범하고 점잖아 보이는 역사학과 교수 부부가 같은 대학의 생물학과 교수 부부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것도 새벽 2시에. 그들은 술을 진탕 마시면서 서로를 헐뜯고 공격하면서 추악한 내면을 드러낸다. 그렇게 자기들끼리 싸우다 갑자기 끝나버린다. 게다가 오고가는 대사마다 너무 선정적이고 실랄하기 때문에 충격을 받을 수 도 있다.

이렇게 심하게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이 작품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미국사람들은 왜 이 작품에게 '토니상'을 수여했고, 지금까지도 열광하는가. 그들이 이 작품을 통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리도 공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가.

작가 올비는 이 작품을 통해 미국의 '페르소나'를 적나라하게 벗겨버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꿈'은 멋진 저택안의 화목한 가정의 이미지로 대변된다. 즉, 아버지는 성실한 가장이며 가정의 천사인 어머니가 아이들을 살뜰이 챙기는 모습은 미국에 대한 이상이었다.

하지만 작가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환멸스러웠다. 그 당시 미국의 겉모습은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었지만 반면에 정신적으로는 공허함과 허무를 느끼며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작품의 인물들이 대학 교수라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다. 겉치레와 허영심이 가득한 지성인들에 대한 풍자는 올비가 단연코 최고다.

그렇다면 지금은 우리가 더 나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인간이 느끼는 공허함과 허무는 시대가 발전 할수록 더욱 심화되는 것 같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를 선언한 이후 우리는 새로운 가치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 세상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그냥 쫓아갈 뿐이다. 눈부신 과학발전도 신자유주의경제도 우리의 가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작품의 제목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주제와 연관해서 생각해보면 '누가 환상 없는 삶을 두려워하랴?" 즉, "어느 누가 가식 없는 삶을 두려워하겠어. 난 자신 있어. 진실된 모습을 보이는건 두렵지 않아."라고 들린다. 제목에서 벌써 허세가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가 가면 없는 진실된 삶을 산다고 허세를 부려봤자 현실은 과연 그럴까. 내가 믿고 있던 것들, 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다면 과연 고통 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환상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만들어 놓는 세상이다.

올비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허황된 믿음과 환상을 박살내버린다. 그리고 우리 앞에 대면 시킨다.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의 민낯을 보게 한다.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환상이 깨진 삶은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가는 인생이 근본적으로 무의미하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식 시키기 위해 충격요법을 쓴다. 가끔은 이와 같은 충격 요법이 효과가 있다. 도대체 이놈의 세상은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건지 답이 없을 때. 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건지 본질적 물음 앞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처방되는 약이다. 충격요법을 받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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