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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고개 숙인 ‘한겨레신문’
2020년 06월 01일 (월) 11:12:05 박종철 논설주간 webmaster@charmnews.co.kr

   
언론의 탄생과 역할의 비중은 국가 정세와 비례한다. 1988년 5월 창간한 한겨레신문의 경우 당시 군사정권과 재벌들의 횡포에 맞서 민주언론을 지향하며 탄생했다. 따라서 1975년과 1980년 독재에 항거한 언론인들이 무더기로 추방당하고 투옥되는 상황에서 한겨레의 창간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또한 정권에 빌붙어 국정홍보지에 불과한 보수언론에 등을 돌린 독자층이 한겨레에 기대를 걸었고, 정부의 '보도지침'을 통한 권력의 일상적인 제작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신문으로 진보세력은 평가했다. 한겨레도 이 같은 독자들의 기대에 힘입어 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거부하고 ‘국민의 신문이며 신문인의 신문’이라는 의식을 논조에 담았다.

요즘이야 ‘뉴스타파’라든가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미디어오늘’ 등 진보성향의 언론들이 정의를 대변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권력에 아첨하는 언론을 빼고 나면 사실 내세울만한 언론이 없었던 것도 한겨레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노태우 정권시절 청와대가 한겨레 기자의 출입을 막은 일도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당시 한겨레가 어떠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 같은 길을 걸어온 한겨레신문이 이제는 변한 모양새다. 한겨레는 지난달 22일자 신문 1면을 통해 "자체 TF의 진상조사 결과 의혹 보도가 사실 확인이 부족했고 표현이 과장됐다"며 독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사과했다. 앞서 ‘한겨레21’은 지난해 10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재수사한 수사단이 “윤 총장에게 접대를 했다”는 윤중천 씨의 진술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윤 총장은 같은 날 이 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으며 수사가 진행돼 왔다. 한겨레가 결국 윤석열에게 두 손을 든 셈이다. 한국기자협회도 27일 “한겨레가 왜 윤석열에게 사과하느냐”는 이들에게 “잘못을 숨기지 않고 고백한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한겨레를 두둔했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상당수 언론은 윤석열 장모사건과 미래통합당 나경원자녀 사건 등에 대해서는 보도를 외면했다. 한겨레가 정정보도나 반론보도도 아니고 사과문을 게재한 것도 한겨레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에게 무슨 죽을 죄라도 지은 것인지, 아니면 창간한지 환갑도 안 되서 치매라도 걸린 것인지 한겨레의 ‘처음’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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