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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임승수 지음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책 익는 마을 유하나
2020년 02월 18일 (화) 11:06:59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삶을 바꾼 책 쓰기
 요즘 글쓰기에 한창 관심을 두고 공부 중이라 도서관에서 관련 도서들을 훑어보다 골라낸 책이다. 임 승수작가는 서울대 전기공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5년 가까이 벤처 기업을 다니다, 그동안 공대인으로서의 모든 스펙을 버렸다. 인문사회 분야 저자로 삶의 진로를 바꿨기 때문이다. 작가는 A4 용지 한 장 채우기도 버거운 글치 공학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06년 이후 15권 이상의 책을 출간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에서 흥미롭게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작가의 변화된 삶의 과정 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펴내고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었다. 글쓰고 싶은 사람들이 글을 써서 책을 내고 그 책이 유명해지는 과정이 뭐 그리 흥미롭고 별다를게 있을 까 싶지만 나에게 있어 책을 쓴다는 것이 왜 삶이 되는 건지 환기시킬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관점이나 시각이 너무 편중되어 있고,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보통은 그냥 산다. 오늘 하루도 내가 짠 판에 나를 넣어 돌리고 밤이 되면 탈탈 털려 나온다. 그러고 열심히 살았노라 자위하며 잠이 든다. 책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변하지 않는 사람, 아무리 열심히 써대도 생각이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남들이 보지 않는 눈을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쩌면 올바른 소통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소통의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듯하다.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책, 어떻게 쓸 것인가
 임 승수작가는 임종을 앞둔 환자를 돌보며 그들이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의 저자가 된 호주의 브로니 웨어의 사례를 들면서 이런 말을 한다. “글은 ‘살아지는’ 삶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삶에서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라.” 또한 백마 탄 왕자들은 왜 그렇게 떠돌아다닐까 』의 저자 박 신영의 책을 소개하며 삐딱하게 날카롭게 역사를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진 작가의 새로운 시각에 감동했다고 전한다. 박 신영작가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의 역사적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일반적인 시각이 큰 문제가 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나 역시 당시 한쪽의 시각으로 쓰여진 동화들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읽혀지면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작가의 실험정신과 집요함에 박수를 보냈다. 마지막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의 아름다움에 빠진 한 수학도의 이야기는 정말 놀라웠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는 어느 날 집안의 내력을 조사하던 중 한국사에 관한 책을 들추게 되면서 자신이 기존에 학교에서 배웠던 고조선의 역사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후로 역사의 문외한이었던 수학도는 고조선 역사의 검증에 나섰고, 맹목적인 민족주의자들과 매국적인 식민사학자들의 싸움이 여전한 학계를 냉철히 감시하고 판가름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김 상태의『엉터리 사학자 가짜 고대사』이다. 김 상태 씨는 자신이 역사 전공자가 아니라 대중의 입장에서 기존 전문가들과 그 어떤 이해관계나 친분관계가 없었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 밖에 많은 작가들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 소통한다는 것에 대하여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는 결국 ‘사람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막연하게나마 소통이 중요하고 소통을 잘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방식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가에 달려있다. 이 책에서 소통에 대해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이 있다.
 “수십만 시간을 살아온 독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고작 나 따위가 쓴, 며칠 걸려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상대방의 수십만 시간 인생을 뒤흔들 것 이라는 오만은 버려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독자가 내 책을 읽는 며칠이 그의 인생에서 그래도 조금은 기억에 남는 며칠이 되기를 바라며 쓰는 것이다. 독자들은 신변잡기 에세이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책이란 결국 남이 보라고 쓰는 것이다.”
 소통은 결국 나 혼자만의 일방통행이 아니라 상대방을 경청하게 만들어야 하나 보다. 살다 보면 내 말을 안 들어 준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미워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한 적이 있지 않나.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다. 요즘 책 1000권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유튜버나 블로거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의 메시지를 보면 책 1000권이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서 책으로 돈도 벌고 책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담겨있다. 하지만 난 왜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인생의 아무런 변화도 없고, 돈도 벌리지 않는 건가. 사람과 소통을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나는 어쩌면 일방통행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니 조금씩 답이 보인다. 삶이 책이 되기 위해서는 책이 나올만한 삶을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 한단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나만의 관점이 있어야 세상을 따뜻하게 올바르게 볼 수 있다고 작가는 끊임없이 던진다. 나는 어떻게 보고, 생각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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