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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임건순 지음 <한국에서 법가 읽는 법>
책 익는 마을 원진호
2020년 01월 13일 (월) 10:46:05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유가와 법가
 ‘정책으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한다면 백성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려고만 할 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덕으로 이끌고 예로 가지런히 한다면 부끄러움을 알 뿐 아니라 떳떳해진다.’(논어 위정편)
 ‘부모의 사랑,마을 사람의 지도, 스승과 어른의 지혜라는 세 가지 미덕이 가해져도 움직이지 않고 고치지 않다가, 지방관청의 관리가 관병을 이끌고 공법을 내세워 간악한 행동을 바로 잡으려 하면 비로소 두려워하며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고치게 된다.’(한비자 오두편)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이 문제냐, 법과 제도가 문제냐. 아무리 법과 제도가 좋아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이 나쁘면 소용이 없다. 역으로 법과 제도가 잘못 되었는데 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되겠느냐. 당신 생각은 어떤가?
 춘추전국시대 유가와 법가는 치열하게 싸웠다. 인구가 늘고 생산력이 증가하는 동시에,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이 상존했던 시절. 어떻게 하면 나라를 부하고 강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이들은 대립했다. 지금 시대라고 다를 것이 없다.

■ 지리 역사적 맥락
 저자는 사상과 주장의 지리적 맥락을 이야기 한다. 춘추전국시대의 산둥반도에 자리 잡은 제나라는 공자의 나라다. 이 나라는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변국으로 이동이 용이하다. 만약 이 나라에 폭정이 이뤄지면 백성은 떠난다. 그러니 백성을 어우르고 달래야 한다. 하여 공자의 인의, 묵자의 겸애가 통치 이념이 될 수 있었다. 춘추시대 제나라 관중의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자는 주장도 유가에 가깝다.  
 그러나 황하 중류의 땅 중원은 다르다. 동주시대의 중원을 차지한 정나라는 북방의 진(晉)나라와 남방의 초(楚)나라에 항상 시달림을 당했다. 이 지역에서 배출한 인재가 상앙, 이사, 한비자이다. 이들은 나라가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으니 국제 정세에 밝았고, 외교로서 실리를 구했고, 법치를 추구하고, 엄격하고 공정한 법을 통해 나라 안의 힘을 모으려’했다. 이들 법가는 서방의 진(秦)나라에서 꽃을 피웠다. 秦나라의 법 <진율30>을 보면 지금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힘으로 동방의 6국을 제압하고 천하의 패권을 장악했다.

■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공통점
 나는 광화문의 태극기 부대와 서초동의 촛불 대열은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대립이라 생각한다. 전쟁을 겪고 한일협정으로 차관을 들여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을 세운 세대. 등에 친일 부역이라는 짐을 매고, 반공을 가슴에 새기며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살았던 세대. 파독 간호사로 베트남전 용병으로 중동 건설 노동자로 집안 살림과 나라에 헌신했던 산업화 세대. 그리고 반독재 민주화와 자주평화통일 운동으로 정치 사회 선진화에 기여한 민주화 세대. 그들이 중장년, 노년이 되어서도 싸우고 있다. 그런 그들의 공통점은 하나도 없을까? 있다. 바로 ‘사람중심’이다. 으쌰으쌰하며 어떤 목적을 위해 노력하고 투쟁했던 그들에게 법과 제도보다는 사람의 힘이 우선이었다. 그들이 ‘공수처’를 가지고 싸우는 핵심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적폐의 청산에 있다. 이 싸움에 젊은 세대는 없다. 그들에게 ‘공수처’논쟁은 오십보 백보인 사람들의 오십보 백보의 싸움일 뿐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뭘까? ‘공정’이다. 공정은 룰이고 엄정한 집행을 의미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법과 제도’가 아닐런지. 예외와 반칙, 특권과 술수가 아닌 공명정대한 법과 제도 말이다.  

■ 저자 임건순
 은 보령 출신의 젊은 동양 철학자다. 서두에서 그는 이 책이 “새로운 내일을 꿈꾸는 젊은이와 미래 세대에게 법가의 문제의식과 콘텐츠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세상을 바꾸는 힘을 키우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386적폐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그가 태극기 부대를 지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의 시선은 젊은 세대에 가 있다. 그들에게 법가정신이 하나의 사상적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가독성이 높다. 어휘와 문체가 중3 정도 수준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고 내용도 어렵지 않다. 분량도 문고판 수준이다. 그러나 내용은 알차다. 생각거리가 많다. 시청이나 중부발전같은 지역의 공조직과 기업이 일독하고 대토론을 전개해 보면 어떨까? 비바아카데미에도 출연하면 좋겠다. 유가와 법가의 논쟁. 사람이냐 시스템이냐. 산업화, 민주화, 젊은 세대의 운명은? 나아가 남북한 통틀어 한민족의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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