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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지혜 지음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9년 12월 16일 (월) 11:12:37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선량: 어질고 착함
 저자는 대학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대해 가르치는 분이다. 그럼에도 자신도 모르게 차별적인 발언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결정장애’라는 말을 썼다가 지적을 받았단다. 우리는 보통 악의적이지는 않다. 특권과 편견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일상은 익숙하고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버스에 오르는 것이 불편한 장애인을 보는 순간 내가 버스에 탈 수 있다는 것이 특권인 줄 안다. 밤에 어둠컴컴한 골목을 걸어가는데 불편함이 없다면 이는 필시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세상은 어찌 보면 불평등이 당연하다. 어느 사회든 계급이 있고 주류가 있다. 사람들은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본다. 왜? 그래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는 그 댓가로 남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믿게 한다. 또한 그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은 이 관념을 내면화 하고, 밀당을 통해 약간의 토큰을 받는 데 만족하며 불평등한 사회를 정상 사회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획일화된 판단 기준으로 사람들을 서열화하는 능력주의가 개인과 사회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대다수 사람들이 모인 세상이 건강할 수 있을까? SKY에 들어간 능력주의자들이 제 버릇 남 주고 연대와 소통의 삶을 지향할까? 그들끼리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결국 누군가가 일등이 되었다 치자. 행복할까?
 사실 우리는 세상의 수 많은 범주들에 속해 살아가고 있다. 나 같으면 인간, 황인종, 한국인, 남측사람, 충청도, 남자, 중년, 자영업자, 아파트 한 채 있는 사람, 이성애자, 똥 싸는 사람(장루가 있는 사람도 있으니)등등의 범주에 속한다. 어느 것은 주류이며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것은 아닐 것이다. 평등사회는 이런 것들에 대해 다양성과 차이로 품는다. 그러나 차별사회는 이 차이를 핑계 삼아 차별과 특권을 만든다.
 문제는 약자와 약자의 연대도 어렵다는 것이다. 내부의 약자가 외부의 약자에게 강자로 작용하는 예로 저자는 예멘 난민 문제를 든다. 이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한 한국 사람들이 여성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취약함에 예멘 난민들이 들어와 더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 믿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나도 모르게 차별주의자가 된다. 그래서 ‘선량한’이 붙는다. 그러나 그 말에는 차별에 반대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가치도 같이 들어 있다. 왜? 우리는 ‘어질고 착하’니까. 그 사례를 하나 들어 본다 

■ 어느 미용 봉사의 이야기
2003년 부터 바쁜 시간을 쪼개 장애인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는 분이 있다. 어느 날 불치병을 앓고 있는 분의 집을 방문했다. 벽면에는 건강한 시절, 건장한 그 분의 활동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실지로 본 그 분은 휠체어에 의지해 있는 30kg의 왜소한 몸집으로 변해 있었다. 머리 손질에 대해 그 분의 요구는 구체적이고 다양했다. 미용봉사하시는 분은 생각했다. 뭔 요구가 그렇게 많을까? 3개월에 한 번 오는데 짧게 깍는 게 좋지 않을까? 이 분은 빨리 머리를 깍아 드리고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머리를 다 다듬고 거울을 갖다 달랜다. 어렵게 자리를 잡게 하고 거울을 들여다 보는 환자 분. 얼굴엔 흐뭇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때 미용 봉사하시는 분은 깨달았단다. '아~ 그래 이 건 이 분의 권리다. 나는 그 권리에 적극 따르는 존재이고'. 이 분은 한순간 빈정이 상하는 마음에 대해 반성을 했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상대방 기분 맞춰주다 보면 우리가 일을 못한다고' 영화 부당거래에 나오는 극중 검사의 이야기다. 아마도 미용하시는 분의 머릿 속엔 이 감정이 일 순 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상대방을 무시하는 맘과 빈정 상하는 맘을 갖는다. 인간이니까. 그럼에도 노력한다. 호의가 자기만족에 연유하는 거지만, 분명 약자를 보듬고 사회적 평등을 지향하는 가치도 포함한다. 어찌됐든 빈정과 무시의 맘 때문에 아무 일도 안 하는 이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이 분의 삶과 봉사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 모두를 위한 화장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유색인종 화장실과 백인용 화장실이 따로 있었다. 거기에 남녀가 구분되니 4개의 화장실이 필요하다. 지금은 남녀구분만 있다. 차별의 개선이다. 그렇다면 LGBT에게는 남녀구분 화장실은 차별이 아닐까? 그렇다면 남녀공용 화장실을 만들면 어떨까? 사실 이러한 실험은 북유럽에서 시도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공공시설에는 '모든 젠더 화장실'이 있단다. 여성, 트랜스젠더, 노인, 장애인,아동등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남자 화장실에 입식 소변기를 없애면 이런 장점이 있다. 옆 사람 눈치 없이 독립된 공간에서 용변 보는 게 편하다. 또한 소변이 사방으로 튀지 않아서 좋다. 다음 전립선 비대증이 있는 분들도 앉아서 보는 게 더 좋다. 허리를 굽히고 신경을 집중하면 소변이 더 잘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많은 남자들이 집에서 앉아 소변을 본다. 부인과 아이들의 요구가 그렇다. 제안 하나 하자. 우선 이런 시스템을 공공기관, 학교에서 시작하자. 이른바 시범 사업. 문화가 어느 정도 성숙되면 법으로 일정 강제하자. 여건과 상황이 되는 곳에 ‘모든 젠더 화장실’을 설치해 보자. 어떤가?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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