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2일 오전 11시 55분, “대통령 노무현의 탄핵소추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는 박관용 국회의장의 멘트와 함께 세 번의 방망이 소리가 들리는 순간, 40년도 훨씬 지난 어릴적 배웠던 위암(韋菴) 장지연(張志淵) 선생의 ‘시일야방성대곡’이 떠오른 것은 웬일인지 모른다.

99년전인 1905년 치욕적인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선생은 ‘황성신문’에 ‘시일야방성대곡’ 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조국을 팔아넘긴 을사 5적을 향해 “개돼지만도 못한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이 자기 일신의 영달과 이익이나 바라면서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다”고 통렬하게 꾸짖었다.

또 2천만 동포들을 향해서는 “아! 원통한지고, 아! 분한지고. 우리 2천만 동포여, 노예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단군.기자 이래 4천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 것인가! 원통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라고 안타까움과 분노를 토해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글을 인용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으나, 장지연 선생처럼 ‘이날 목 놓아 통곡하고(是日也放聲大哭)’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아니다. 정말로 이건 아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에서 탐욕으로 가득찬 모리배들에 의해 국민들의 뜻이 무참히 짓밟히고 능멸 당하는 사태에 대해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 투표한 193명의 국회의원들과 그 일당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게 있다. 방랑시인 감삿갓이 오늘의 이 사태를 예견하고 남겨놓은 욕시가 있다. 이 지면에 풀어쓰기가 차마 거시기해서 그대로 옮겨놓는 것이니 독자들께서 알아보시기 바란다.

天脫冠而一得點 乃失丈而橫一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