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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켄트 하루프 지음 <밤에 우리 영혼은>
책 익는 마을 송 나라
2019년 11월 18일 (월) 11:45:12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5월,
 남녀가 처음 만나기 좋은 계절. 남녀의 물리적인 나이가 어리든, 많든 상관 없이. 그렇지만 헤어질 때는 추운 겨울의 온도만큼이나 견뎌내기 어려운 것이 동서고금의 보편적 현상인가 보다.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의 내용이다. 소설은 ‘오월,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기 바로 전의 저녁이었다.’로 시작한 문장으로 칠십대 두 노인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러면서 ‘당신, 거기 추워요?’로 끝맺는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노인 인구가 늘어가며 노인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부정적인 문제들이 사회 구조 속에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인들의 경제력 저하, 건강문제, 성문제 등
 소설 속 주인공의 경제력은 중산층, 건강은 비교적 건강한 편이고 자녀와는 큰 문제없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노인 모두 배우자를 지병으로 잃고 혼자 생활하고 있는 상황인데 오월 어느 날 저녁, 애디 무어 노인은 한 블록 떨어져 살고 있는 루이스 워터스 노인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한가지 제안을 한다. “밤에 나를 찾아와 함께 자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이야기도 하고요.” 루이스 노인은 고민 끝에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고 칫솔과 잠옷이 든 종이봉투를 들고 저녁에 그녀의 집으로 간다. 그러면서 그들이 사는 홀트 카운티 지역 사회에 소문이 나고, 애디 무어의 아들 진과 루이스 워터스의 딸 홀리도 사실을 알게 된다. 지역 사회 지인들은 남부끄럽다며 수군거리거나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 등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진과 홀리는 밤에 이루어지는 둘의 만남을 강하게 반대한다.

■ 두 노인은
 밤마다 애디 무어의 침대에 누워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애디 무어의 어린 딸이 아들 진과 집 뒤에서 물놀이하며 놀다가 집 앞까지 뛰어나가는 과정에서 딸이 차에 치여 사망한다. 그 뒤 애디의 남편은 딸의 죽음이 아들 진 때문이라 생각하고 진을 유령처럼 대하였다. 그것이 애디와 진 모두에게 지금까지 마음의 상처로 남아있다. 루이스 워터스는 딸 홀리가 어릴 적 아내와의 관계가 좋이 않을 때 집을 떠나 동료 여직원과 동거한다. 어린 딸에게는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과 루이스에게는 미안함으로 각인된다.
 두 노인이 살아오며 지금껏 자신의 아픈 상처들을 치유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들의 삶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상대이고, 이웃으로 객관적 사실을 알고 있는 상대방에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그들은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가는 한편, 그들 자신 내면의 상처를 일정 부분 치유하고 위로 받는다. ‘난 더 이상 그렇게,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그들이 하는 말에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아요. 그건 잘 사는 길이 아니죠!’ 그러면서 두 노인은 모든 소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현실과 마주한다.

■ 일장춘몽의
 덧없음을 표현한 우리 소설 구운몽이 오버랩되는데 전체적인 맥락은 다르다. 진지하면서도 짧은 문장으로 던지는 내용들은 책을 읽는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주인공 손자 나이대의 독자, 주인공 자녀 나이대의 아들과 딸의 입장으로서의 독자, 주인공 나이대의 남성, 여성 독자, 주인공과 같은 세대를 살아가면서 주인공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이거나 사회적 취약 계층에 처해있는 독자 등.
 소설 구운몽은 종교적 관념의 문제로 깨달음을 전제로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정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자아에 대한 실존적이고 본질적인 본능의 문제는 깨달음이나 자기 수행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생명이 유지되는 한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면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회문제로 문제제기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문제제기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표현하지 않는 상태로 머물러 갇혀 있다면 과연 이런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있을까?
 과거에 비해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에 좀 더 관심을 쏟고 있다. 과거에 사회적 강자가 그 사회의 발전과 안녕이라는 명분하에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들은 도태되거나 주류에서 제외되었다. 이 사회가 계속해서 이데아적인-불평등하고 불가능한-사회를 실현할거라는 착각에 빠지지 않을 거라면, 이제는 겸애하는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를 포용해야 할 것이다.

■ 노인들에게 질문은 해 보았는가?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요?’ 답변은 돈, 집, 음식, 옷, 개나 고양이 등 다양하게 나오겠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답변은 아마도 “이야기도 하고요” 일 것이다.
 가족은 사회적인 안전망이고 편안하다는 착각으로 양로시설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하지만 진정 노인들이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노인들을 위한다는 자녀들의 입장일 뿐일 것이다.
 지금 효나 윤리의식을 문제제기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 거기 추워요?”는 상대방에게 춥느냐 묻는 단순한 물음일 수도 있겠으나 양로시설에 입소되어 제한적으로 손자와 통화하거나, 아들 진의 가족을 면회하는 애디 본인의 체감 온도는 아닐까? ‘나 지금 추워요! 마음을 터놓고 마음편하게 대화할 친구가 없는 지금 상황이 추워요.’ 노인 아닌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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