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은 인류가 사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보령에는 구석기문화층은 대대적으로 발견되지 않지만 청동기 시대의 유물중 충남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일찍부터 인류사회가 구성되었다.
그후 백제, 신라를 거쳐 현재 보령의 지명이 정립되기 시작된 때는 대체로 고려 때이다. 이 때부터 보령과 남포가 등장하면서 각 면을 나타내는 지명들이 등장한다. 따라서 보령의 지명들은 적어도 1천년의 역사를 지니게 된다.
지명은 한 번 명명되어지면 거의 변하지 않고 수백, 수천년을 내려온다. 그러나 행정기관의 개편에 따라 많은 지명들이 일시에 바뀔 수 있다. 근거가 빈약한 원동, 대관동, 대신동 등이 몇 년동안 사용했으나 이제 또 대천 1, 2, 3동으로 바뀠다. 따라서 행정기관이 지명을 변경할 때는 심사숙고해야 한다.
그 피해가 소위 '이어니재'로 불리는 웅천, 남포간의 고개이다. 이 곳은 1920년대 펴낸 지도를 보면 당초 이현(梨峴)이었다. 아마도 이전에는 배고개로 불렀을 것이다.
이에 앞서 웅천과 남포를 연결하는 고개로서는 사현이 이용되었다. 사현은 모래와 관련된 '沙峴'으로 표기된 인쇄물도 있지만, 남포의 고지명이 사포(寺浦)이므로 '寺峴'도 가능할듯하다. 사현의 기능은 남포에서 수부리 인근에 있었던 고읍(고남포. 과거 남포현의 치소)으로 통하고, 미산이나 부여 방면으로 가던 사람들이 이용했다. 그러다가 점차 웅천의 대천 하류가 퇴적되어 현 웅천읍 대천리 부근이 발달하고, 치소도 현 남포로 옮겨지자 이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사현은 흔적만 남게 되었다.
이현은 과거에 배고개?
결국 사현은 웅천천의 하류가 발달하면서 그 기능을 이현으로 빼앗기고 말았다. 1914년 일본인들이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많은 우리말의 지명을 '한자식'으로 바꿀 때 이 '배고개'가 '梨峴'으로 불리게 된 듯하다. 이 이현이 '이혀니재, 이어니재' '여니재' 등으로 바뀐 것은 사현이 '새혀니재' '새니재' 등으로 불린 것과 마찬가지다. 이어니재 조어의 근간은 '梨峴재'이다. 즉, '현'과 '재'가 나란히 붙어서 명사가 중복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일제때 배고개가 이현으로 바뀌면서 '재'나 '고개'에 익숙한 주민들이 '이현재'로 부르다가 지금은 정체불명의 '이어니재' 또는 '이혀니재' 등으로 어색하게 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곳을 이제와서 배고개나 이현으로 바로잡기는 어려우므로 '사현'이 '새니'로 부르듯, '여니재'정도가 좋을 듯하다.
이것은 일제의 식민지 통치 폐해중의 하나이지만 '大川'은 일본 식민지 치하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우리 지방은 한내가 두 개 있다. 장날을 표기할 때도 한내장에 간다하면 웅천의 구장터 한내와 대천동의 한내장이 혼동되었다. 따라서 선조들은 보령(현) 한내장, 남포(현) 한내장으로 구분했다. 그 한내를 한자로 표기할 때 大川이라 했을 뿐 지난 보령시와 대천시가 충돌할 때 나왔던 일본인의 大川이 아닌 우리 고유명 대천인 것이다.
대천(大川/한내)는 소중한 우리말
또 논란이 있는 것중 김성우 장군과 관계 있는 지명이다. 일반 학계에서는 김성우 장군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광산김씨' 문중을 중심으로 널리 홍보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 거론되기는 어렵지만 김장군과 관계된 지명은 신흑동 軍入(김장군이 군대를 통솔해 들어옴), 청라 복병이(군이 숨어 있음), 의평(개미벌, 갬벌. 왜구의 시체가 개미처럼 널려 있음), 玉馬산(말이 내림), 월전, 갓바위 등이 있다.
김장군은 정사에 전하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당태종군을 안시성에서 무찌른 그 당시의 성주의 이름이 정사에 전하지 않고 야사에만 양만춘이라 전해와 본 이름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김성우장군의 행적이 정사에는 없다는 이유로 우리 지역에서 조차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김성우장군을 인정하는 관대함도
그러나 현재 서양의 많은 역사학자들이 영국 스트레트퍼트가 고향으로 알려진 세익스피어가 저술한 희곡에 대한 저작권을 의심하고 있다. 즉, 스트레트퍼트의 배우, 옥스퍼드 백작 혹은 그외 누군가가 썼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향은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뭐라고 불렸던 간에 그를 여전히 세익스피어로 부르면서. 이런 점에서 일리아드 오딧세이를 저술했다고 알려진 호머도 마찬가지이다. 탈레스보다 약 1백여년전 사람으로만 추정되고 있는 그는 글을 몰랐던 것은 확실하다. 그런 그가 유럽 최고 최대의 저술을 혼자 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류는 호머에 대해 '일리아드 오딧세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관대하게 우리가 김성우장군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장군은 '不事二君'을 외치면서 자결한 고려의 충신이다. 최영, 정몽주 또는 이성계의 장남조차 당시 지식인들은 이성계의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최영과 정몽주는 할 수 없다할 지라도 지방에서 자결한 김장군에 대한 행적을 조선시대에 말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행적이 보령의 곳곳에 남았고, 일부는 지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장군의 행적을 과대포장한 것이 아니면 조그만 기념비라도 가능할 것이다. 마치 도미부인이 역사적 현실로 볼 때 거의 관계가 없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사당을 짓고 매년 기리는 것처럼.
아름다운 우리 섬
우리 지역은 70여개의 섬이 있으며, 육지와 격리된 지형적 특수성으로 고유의 문화와 풍습이 많이 남아 있다. 사슴, 여슴, 장곰 등 섬 이름이 순수한 우리말로 그 비경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가장 먼 지역에 있는 외연도는 '올켠섬'이라 불렀으며, 느레(황도), 먹엄(오도), 비껭이(횡견도) 등이 있고, 마을 뒷산에는 전횡장군을 모신 당집에서 정월 대보름날 당제를 지낸다.
원산도는 '원산'이란 지명을 얻게 된 것은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당초 고란도 또는 고만도라 하여 아마도 '고란이' 또는 '고만이'로 불렸을 것이다. 고려 25대 충렬왕 때 대사성을 지낸 최해 부자가 이곳에 귀양살이를 하면서 시를 지어 인물과 풍습을 읊었다.
효자도는 소제미라 불렀는데, 근처에는 달월이(월도), 노랑섬(황도), 윗노랑섬, 빈육섬(허육도), 왁섬(목도), 질맘, 빼섬(추도), 육섬(육도), 추섬(소도) 등이 있다.
녹도(鹿島)는 사슴으로 과거 오천군이 설치될 때 하서면의 중심지였다. 사슴 북동쪽 해안에는 해막태가 있는데 옛날 당제 기간중에 산모가 애기를 낳던 곳이다. 호도(狐島)는 여슴의 한자표기로 동쪽 해변은 서해안에서도 손꼽히는 백사장이 있어 일출이 장관이고, 서쪽은 백사장은 없으나 기암괴석으로 역시 일몰이 아름답다. 고래미작지, 용난 구멍(굴다리), 귀분네 마당터 등 전설을 간직했을 만한 명칭들이 이채롭다. 근처에 멍덱이, 질미(길산도), 화사리(화산도) 등 섬들이 있다.
삽시도리는 삽지라 했는데, 천북면의 맨삽지를 보면 '삽지'는 역시 여슴과 사슴처럼 형태상의 조어로 볼 수 있다. 근처에 불몀(불모도), 용매기(길을암), 딴마치섬 등이 있다. 장곰은 한자로 장고도로 표기했는데, 태안의 안장곰과 구별하기 위해 밧장곰이라 했다. 양식업의 적지로 등바루놀이, 등불써기 등 민속놀이가 전해온다. 고대도는 고뎜으로 기와짐이 많았으나 화재로 전소되었다고 하며, 남쪽의 산봉우리에는 봉화재의 흔적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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