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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한기호 <책: 책으로 만나는 21세기>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9년 11월 04일 (월) 11:05:23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원산도에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대천항 여객 대합실에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적당한 인파와 소음이 공간을 타고 있는데, 두 노인분들의 세월호 이야기가 귀를 거슬리게 한다. “사고로 죽은 애들한테 대통령이 무슨 죄냐고”, “국가를 위해 죽은 장병들은 개무시하고 사고로 죽은 애들한테 국가가 왜 보상해야 혀” 둘이 구석에서 소곤거리며 얘기나 하지, 소리 울리는 대합실 한복판에서 누구나 들릴 법 하게 소리 내 이야기 할 것은 무언 감. 그러나 나를 더욱 불쾌하게 하는 것은 내 뱃 속 저 깊은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동의의 나팔 소리였다. 맞는 말 아녀~하는.
 세월이 흘러 책을 보다가 사건과 사고의 개념차이를 알게 되었다. 바로 <눈먼 자들의 국가>라는 책에서다. 사고는 ‘사실과 관계하는 처리와 복구의 대상’이다. 사건은 ‘진실과 관계하는 대면과 응답의 대상’이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이 침몰한 사고’이자,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진실은 규명되어야 하고 피해 당사자들은 애도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의 불쾌감은 틀렸다. 두 노인분들의 언사는 몰지각한 것이었다.
 문제는 우리의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고 애매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타다 만 초의 꺼진 촛심에 다시 불을 붙이는 느낌이 든다. 매너리즘은 일상의 반복과 생각 없이 살기의 결합이다. 일상은 사건의 연속이다. 하나 하나의 사건을 대충 대충 넘기다 보면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갈 것이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내가 어떻게 살았지? 허한 마음에 내가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지? 라는 우울함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책을 들라. 그 것도 줄기차게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해 온 책들을. 바로 이 책이 그렇다. 이십 년에 걸쳐 당대의 화제작에 대한 칼럼을 모아 놓은 이 책을 읽다 보면,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내 삶은 어떠했는지 비유해 볼 수 있어 좋다. 저자의 1998년 글과 2018년 글을 대조해 읽는 재미도 있다. 변한 것과 변한지 않은 것을 찾아 내고,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통찰할 수 있어 좋다.

■ 20년간 이어진 칼럼이 주는 통찰
 이 책은 저자의 40,50대를 관통하는 시기에 쓰여진 도서와 출판에 대한 평론집이다. 물론 그 당시 사회현상과 흐름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활자매체에서 디지털매체로 이행하고, 본격문학의 쇠퇴와 대중문학의 강세, 나아가 인공지능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출판과 문학, 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물론 현실의 변화 없음에 분노하면서.
 그러나 곰곰이 책을 둘러 보면, 우리는 왜 그렇게 안 변할까 답답한 생각이 든다. 1999년도 칼럼의 고언이 2018년도 칼럼에도 여전히 반복된다. 이유가 뭘까? 그 것은 우리 사회의 기본 모순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중이 ‘다원적인 정치적 입장’을 갖고, ‘전통적인 가치와 규범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그러나 남북문제와 친일의 문제가 나오면 우린 좌빨과 수구꼴통으로 나뉘어 죽으라고 싸운다. 이 것이 문제다. 우리의 분단모순과 사대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대중의 다양성과 창의성과 상상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원래 항상 어려웠다.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서민은 먹고사니즘에 항상 긴장하며 산다. 그런데 미래에는 이 문제가 호전될까? 아니다. 인간 세상은 원래 그렇다. 사는게 힘들다. 이를 인정하고 인간답게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이질감이다. 미래는 SMRT(통찰력, 종합.분석적 사고, 숙련돤 지식, 예술적 상상력, 친밀한 관계, 기술지능, 회복탄력성)한 인재가 요구된다. 지금은 CPND(contents, plarform, network, device)유통체계를 갖추고, ICBM(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체계로 일을 하고 있다. 허나 현실에서 우리는 ‘저성장, 인구병, 재정악화’라는 큰 틀과 ‘빈곤, 질병, 고독’이라는 개인 틀에 내몰리고 있다. 1차 베이붐세대는 PIPA(가난하고, 고립되고, 아픈 세대)라 칭하고, 젊은 이들은 3포, 5포, 7포, 나아가 9포, N포 세대로 불린다. 여기서 핵심은 기술과 양극화가 인간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술은 대세이면서 인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지만 양극화는 정치와 제도로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노력하고 분투할 영역이 이 쪽이 아닌가 싶다.

■ 임팩트한 주제와 팩트에 근거한 토론
 저자는 이렇게 책을 읽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하여 제안한다. 임팩트한 주제를. 첫째, 분단문제와 친일을 상징되는 사대성 문제. 둘째, 기술발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셋째, 양극화 문제-부익부비익빈, 지방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팩트는 이렇다. “주제와 관련된 책 5권을 읽으면 그 분야에 눈을 뜨고, 10권을 읽으면 전문가의 어깨와 나란히 할 수 있다” 그러니 책을 읽자. 세상의 보다 나은 발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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