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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카잔차키스 지음 <그리스인 조르바>
책 익는 마을 원진호
2019년 10월 21일 (월) 11:00:19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저마다의 독특한 냄새
 조르바는 목재 케이블을 구하기 위해 대처로 나가서 여러 날을 연락 없이 지낸다. 술과 여자에 잡히고 만 것이다. 그는 섬에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보스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는 ‘한 술집 여자가 자신의 냄새를 맡고 붙어버렸다’면서, ‘사람은 저마다 독특한 냄새가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보통 이 냄새를 못 맡는 이유는 그 것들이 죄다 섞여 버리기 때문이라 하면서, 어떻게 그 녀가 자신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지 너스레를 떤다.
 이 책을 가지고 토론을 한 모임에서,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내 놓았다. 남편은 진한 향수 냄새를 싫어한다. 자신의 여성용 스킨을 쓴다고 한다. 이유는 어렷을 적 어머니가 쓴 랑콤 파운데이션 냄새가 싫었기 때문이란다. 시어머니는 자신이 시집을 온 이후도 오랫동안 그 화장품을 썼다. 그런데 시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언제부턴가 어머니에게서 진한 화장품 냄새가 안 나더란다. 시어머니가 그 화장품을 쓴 것은 남편이 그 냄새를 좋아했기 때문인 것이다.
 조르바가 이야기한 냄새는 이 분 시어머니의 랑콤 화장품 냄새와는 맥락이 다르다. 그러나 ‘저 마다의 독특한 냄새’는 자체 발광 그 자체가 아니라 다른 이와의 관계 속에서 난다는 점에선 같다. 냄새는 우리의 감정과 생각, 무의식 저 깊은 곳에서 우러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은 프로이드가 만든 허구이며, 감정은 ‘신체의 반응에 의해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즉흥적인 것(책:무의식은 없다)’일 뿐이다. 조르바의 돈 냄새는 술집 아가씨의 관계에서, 그의 활력과 자유 의지는 보스와의 관계에서, 시어머니의 랑콤 화장품 냄새는 남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냄새는 자신이 내는 것이기도 하다. 꽃에 이름을 부여하듯이, 상대에게 나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코스모스의 홀로 있으면 단아한, 모여 있으면 화려한 냄새가 나기를. 그래서 행복하기를. 대천 천변에 조성되어 오가는 사람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하는 코스모스 밭을 보며 생각해 본다. 

■ 먹은 음식으로 뭘 하쇼?
 그 것을 알려 주면 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소. 조르바의 일침에 내 가슴이 뜨끔하다. 이 문장에 대해 한 분이 자조스럽게 말한다. 난 뭐하나 똥만 싸고 있는 건 아닌지. 애초에 교육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었으나 지금은 흐지부지 되고 있음을 자백한다. 조르바는 비계와 똥만 만드는 사람, 일과 유쾌한 기분을 만드는 사람, 하느님을 만드는 사람으로 분류한다. 여기에 니체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는 사람을 체제에 순응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낙타, 체제에 저항하는 사자, 이를 넘어 창조성으로 나아가는 어린아이로 사람을 분류했다. 조르바는 보스가 세 번째 부류라고 하면서 자신은 딱! 중간이 좋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니체의 시선에선 조르바는 어린아이다. 매일 보는 바닷가의 포말과 밤의 유성을 처음 본 양 탄성을 지르고, 신비와 경외심의 눈빛을 보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삶은 과정에 있었다. 체험과 경험에 근거하여 지난 날 자신의 생각을 과감히 던져 버리고 새 삶을 시도했다. 깨닫고 알면 과거로 돌아가지 않았다. 불가리아 군인을 죽이고 그의 자식들을 본 순간, 자신의 투쟁이 무의미함을 느끼며 그 길에서 벗어났다. 사자의 삶인 것이다. 그러다가 광산과 목재일에 몰두 할 때는 누구보다 성실한 낙타가 되기도 했다. 그러니 멋진 인생은 낙타와 사자를 품으면서 어린아이의 천성으로 사는 것일 터. 교육공동체를 해 내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생각도 해 가면서 살아왔다는 것이 멋진 인생인 것이다. 기 죽지 말지어다. 당신 안에 조르바가 있으니. 당신도 보스보다 조르바의 삶이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된다. 삶의 엘랑 비탈이 남아 있는 한, 당신과 우리는 조르바임에 틀림없다.

■ 세상에 부족한 게 하나도 없다
 젊겠다. 돈도 있겠다. 머리도 있겠다. 건강하겠다. 사람도 좋겠다. 조르바가 보스를 보고 말한다. 세상에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보스! 근데 바보짓을 안 한다. 이게 보스의 문제다. 계몽과 붓다의 신성에 머물러 있는 보스는 세상을 결코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 천상에 살면서 지상의 변화를 간절히 바라다니. 내려와서 즐기시라. 총을 들고, 여인을 보호하고, 하늘과 별과 바람에 자신을 맡기고, 신성을 모독하고, 그리고 알에서 깨어나시라. 그 곳에서 사람의 희망과 축복을 기대하시라.
 세월이 흐르면 늙고, 더 이상 돈도 안 들어오고, 지성은 퇴화하고 내 몸에 좋은 일은 사라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때쯤 되면 바보짓을 못 한다. 그러니 지금이 적기다. 지금이 가장 젊을 때다. 놀고, 공부하고, 상상하며 살라. 그래야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된다. 해 볼 만큼 다 해봤으니 억울하지 않을 터! 조르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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