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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 찰렐철학의 추억
2019년 06월 18일 (화) 12:53:47 박종철 논설주간 webmaster@charmnews.co.kr
   

1990년대 초 미국에선 ‘찰렐리즘’이란 생활철학이 화제가 됐다. TV 제조회사에 다니는 R 찰렐 이라는 사람의 이름에서 전파했다. 이 생활철학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국가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받게 되는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소하는 게 목적이다.

무엇이 됐든 간에 마음에 응어리를 담아놓고 살지 않겠다는 일종의 자기중심적이면서 이기심이 내제된 다소 황당한 철학이다. 찰렐이란 사람은 자신이 원치 않는 일종의 상업광고나 지라시가 배달되면 짜증을 내지 않고 이를 차곡차곡 모았다가 발신인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하지만 반송 우편물에는 무단으로 배달된 광고지로 인한 물적·정신적 비용 청구서가 포함됐다.

지나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찰렐은 법정 소송을 벌이면서까지 이 같은 일을 반복했고 상당부분 승소했다. 이뿐 아니라 전화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전화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부속품이 부실해 전기제품의 고장이 잦다며 제조사를 고발했다. 우리 같으면 참고 넘길만한 가벼운 일까지 찰렐은 고발과 소송을 거듭했다.

심지어 이웃에 사는 사람이 자동차 경음기를 크게 울려 새벽잠에서 깼다고 형사고발했으며 당연히 이에 따른 보상도 청구했다. 찰렐은 당시 이 같은 소송으로 연간 8천5백달러의 정신적 피해 보상금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는 소송에서 발생한 전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물적·정신적 피해 보상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부터 찾아오는 스트레스에 대한 일종의 화풀이를 했던 것이다. 찰렐의 이 같은 철학은 당시 미국에서 잔잔한 바람을 일으켰으나 오래가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며, 그 당시 우리사회에도 “억울하면 고소하라”는 농담이 유행한 바 있다.

찰렐 철학을 우리사회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연간 몇 건이나 고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소송 대상은 과연 어느 분야가 가장 많을까. 아마도 찰렐의 철학대로라면 1순위는 당연히 여의도 화상들이 차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개점 휴업한 국회가 기생충들처럼 세비는 꼬박꼬박 파먹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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