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승연(36세)이 치욕적인 역사 속에서 가슴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종군위안부를 테마로 하는 누드집을 내놓겠다고 발표해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필자는 방송 화면에 나온 한 장면 외에 본 일은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일본군에게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연출한 사진도 있다고 한다. 몸 속에 조선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이 얘기만 들어도 금새 흥분하고 분노할 만하다.

파문의 주인공인 이승연이 17일 위안부 할머니들이 기거하는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을 찾아 무릎꿇고 사죄했다. 오후에는 서울 충정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용산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회’를 찾아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고 19일에는 기획사인 네띠앙엔터테인먼트가 1,500컷의 사진을 비롯, 모든 자료를 불태워버려 표면적으로는 일단락 된 셈이다.

한편 파문의 불똥이 우리 보령으로 튀었다. 이승연을 옹호하는 글을 지난 13일 보령시 홈페이지에 올린 황대식의원(웅천읍)은 네티즌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17일 의원직사퇴서를 보령시의회 천옥석의장에게 제출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정치쇼는 아니냐’, ‘의장이 사퇴서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잠잠해지면 슬그머니 반려하려는 것 아니냐’ 심지어 ‘황의원의 사퇴서 제출이 사실이냐’ 는 네티즌들의 의혹에 대해 황의원은 19일 보령시 홈페이지에 “비난받는 것이 두렵고 감당하기 어려워 사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비이성적이고 몰지각한 네티즌들에게 선의의 피해에 대한 공인으로서의 결정을 하고자 하는 것” 이라며 “사퇴는 매주 열리는 화요일(17일) 의원간담회에 출석하여(오전 10시30분) 여러 의원들에게 물의를 빚은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사퇴서를 의장님(부재중) 책상에 제출했다” 고 사퇴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제 공은 보령시의회로 넘어갔다. 천옥석 의장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소견은 천 의장이 사퇴서를 하루속히 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어물어물 미루다가는 황의원을 두 번 죽이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황의원은 사퇴의 변에서 “의원이라는 신분에서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판단돼 자연인으로 돌아가 문제의 근원을 짚어보기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히고 있지 않은가. 천의장이 황의원의 재능을 아끼고 많은 기대 속에 아쉬운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겠는가. 결코 황의원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제 더 이상의 ‘연출’은 없기를 바란다. 역사가 증명하다시피 ‘악어의 눈물’은 언제나 쇼와 이벤트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루속히 처리해 본인이 원하는대로 자연인으로 돌아가 문제의 근원을 따져볼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그를 위하는 길이고, 구겨진 그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