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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양귀자의 <모순>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9년 05월 20일 (월) 11:57:47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읽기 전에
 주인공은 25세 미혼 안 진진. 삐삐와 CD가 유통되는 것으로 봐서 시대적 배경은 90년대 중반이다.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 4월 01일 같은 날 결혼했고, 각 자 1녀 1남을 두었다. 사촌들도 나이가 같다. 남동생들은 23살. 엄마는 52세. 결혼 27년 차. 자 지금부터 중요하다. 엄마와 이모는 선들어 온 남자들 얼굴을 보고 서로 양보하며 각 자 고르며 결혼 상대자를 택했다. 너무나도 비슷했던 자매는 각 자의 배우자가 될 수 있었던 남자를 형부와 매제로 부르게 되었다. 이모의 형부인 진진의 아버지는 한마디로 가장 구실 못 하는 인간 이었고 엄마의 매제인 진진의 이모부는 가정 밖에 모르는 성실남이었다. 하여 엄마와 이모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진해 갔다. 외모와 몸매와 인상과 말투가 달라져 이젠 누가 봐도 누가 누군지 알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자식들도 마찬가지. 엄마의 아들딸은 문제아가 되었고, 삶을 그저 그렇게 남에게 피해 안 되게 살면 족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모의 아들딸은 일찍이 미국 유학을 갔고 게다가 공부도 잘 해서 아예 그 곳에 눌러 앉게 되었다.

■ 모순1
 남편의 구타와 가출에 평생 시달리면서도 빤스 가게를 접고 일본인 상대 잡화점을 열어 돈을 소박 대박 나게 벌겠다는 엄마. 그마저도 아드님이 폭행혐의로 감옥소에 들어가는 바람에 그 기회를 놓친 엄마. 이모는 어떤가? 남편은 부인 밖에 모른다. 자식들은 너무 잘되었다. 진진은 이모를 엄마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이모를 엄마로 속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진진에게 편지가 왔다. 이모의 자살 소식. 자신의 죽엄을 이쁘게 챙겨 달라는 이모. 누가 봐도 이모의 압승이 예상되는 행복 점수에 이모 스스로 0점을 선언했다. 사람들은 모른다. 겉모습만 보고는. 교훈은 이렇다. 각 자의 행복은 각 자의 조건 속에 만들어 가는 것임을.

■ 모순2
 진진의 동갑 사촌 주리는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닌다. 애인은 미국 사람이다. 거기에서 앞으로 살 것이다. 엄마의 외로움은 알지만 자신의 삶은 한국에 없음을 안다. 진진의 구차한 삶에 연민과 동정을 갖지만 자신이 해 줄 것은 없다고 믿는다. 그저 쯧쯧일 뿐. 옳은 건 옳고 나쁜 건 나쁘다는, 너네 아빠는 킹콩 같았고 나쁜 사람이라는 주리의 말에 진진은 말한다. 세상은 나쁘면서도 옳을 수 있는 거라고, 아빠에게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고, 우리들 삶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것이 아버지가 가르쳐준 중요한 진리였다고. 이 말에 주리는 전혀 이해 못한다는 눈치다. 주리는 착하다. 반듯하다. 앞으로 건강시민으로 잘 살거다. 진진은 주리의 삶이 정말 풍요롭기를 빈다. 나도 빈다.

■ 모순3
 사실 소설의 핵심은 어느 해 4월부터 이듬 해 2월까지 진행된 진진의 배우자 탐색기이다. 두 명의 남자가 있다. 하나는 가정 좋고 진진과 빠른 시일 안에 결혼하기를 원하고 데이트 코스도 처음부터 끝까지 철두 철미하게 조사하고 실행하여 진진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고아이며 하나 밖에 없는 형님을 진심으로 존경하지만 둘 다 어차피 가진 게 없다. 야생화를 찍어 잡지사에 보내며 생계를 이어간다. 진진을 사랑하지만 계획이 없다. 그저 진심으로 사랑할 뿐, 만나면 좋고 안 만나면 할 수 없고. 진진은 누굴 선택할까? 진진은 둘 다 호감이 있다. 그러나 결이 다르다. 전자에게 자신의 가정 환경을 솔직히 이야기하지만 후자에겐 속인다. 왜 그랬을까? 후자에겐 보다 나은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진은 그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재촉하는 전자를 걷어 차고 결혼을 차일 피일 피하는 후자에게 사랑의 마음을 주는 진진. 마지막 결혼 행진곡은 누구와 같이 들었을까?

■ 아버지의 귀환과 이모의 죽음
 가출한 아버지가 5년 만에 돌아왔다. 치매와 중풍을 안고. 이모는 자살했다. 그 권태와 외로움을 이기지 못 하고. 그리고 진진은 전자와 결혼을 했다. 반전이다. 이 것이 생의 비밀이다. 결국 진진은 자신에게 없었던 것을 선택했다. 해냄보다 해 줌에.  
 좀 더 상상력을 이어가자. 지금 2019년 진진은 50대 초반. 아이들은 첫째는 대학생, 둘째는 고등학생 정도. 남편은 지금도 철두 철미하며 살까? 자신의 선택에 모순은 없었는지. 진진의 삶이 진정으로 진심으로 진지했기를, 앞으로도 그러기를 빈다.
 아는 척 한가지. 모순이란 개념은 정태적이면 할 말이 없는 거다. 문제는 삶이 동태적이라는 것. 하여 모순은 다이나믹하게 태극문양처럼 돌아 나간다는 사실을 이해하자. 그래야 모순적인 우리 삶이 모순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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