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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 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9년 05월 13일 (월) 12:01:05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김혼비씨는
 30대 기혼 여성이다. 학창시절 나름 운동신경이 있었다는 이 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듯 하지만 홀로 쉬기를 그토록 원하는 기질을 가진 이 분. 정말로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또한 우린 원 팀이니, 한 배를 탔느니 하는 하나 속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 했던 이 분. 호나우드의 ‘스텝오버(헛다리 짚기)’에 매혹되어 시작된 축구 사랑이 K리그 직관 광팬으로 진화되었다는 이 분. 초보자도 환영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어 결국 피취 위에 서게 되는데...연습생 김혼비씨가 스쿼드에 들어가 한 골에 관여하는 역사를 만드는데 일 년이 걸린다. 그 일 년간의 이야기가 ‘우아하고 호쾌’하게 전달되는데..자! 여자 축구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 축구용어
 ▶ 로빙슛: 공의 밑동을 발끝으로 톡 찍어 차서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기는 높고 느린 슛. 혼비씨 소속 팀은 동급 여자 팀이나 60~80대 남자 시니어팀과 연습시합을 한다. 가끔 40~50대 남자 팀과 대결을 하는데 이 분들 ‘맨스플레인’하고 계신다. 본인들 실력은 생각 않고 국가 대표 출신 축구 경력 20년차 언니에게 설명하려 든다. 이 언니 상대 수비수를 멋지게 제치고 로빙슛을 성공시키는데.. 굴욕적인 슛을 안 당할려면 설명하려 들지 말 것! 당신의 축구를 즐길 것!
 ▶ 아웃사이드 드리블: 후보 김혼비씨는 피치위에 시합이 있더라도 운동장 주변을 돈다. 드리블 연습. 아웃사이드 드리블은 바깥쪽을 이용해서 새끼발가락이 공 밑 부분에 살짝 들어가듯 차, 공을 밀어내며 전진하는 것이다. 문제는 시선을 공에서 떼며 해야 한다는 것. 상대 팀 시니어 감독이 김혼비씨를 예리하게 지켜보는데 혼비씨 정신 없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하고 있는데 박장대소가 미소인 장승같은 이 감독의 눈가에 희미한 웃음이 든다. 
 ▶ 월패스: 패스를 받아 주는 사람이 ‘벽’처럼 기능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 바르셀로나 시합을 보면 이건 예술이다 싶다. 수비수 입장에서는 알고도 당하는 상황. 피치위에 월패스가 잘 되는 팀은 일상에서도 관계가 좋을 수 있다. 서로 평소 안 좋아지면 이런 의심이 든다.“쟤 요새 나한테 패스 안 해” 
 ▶ 오프더볼: 공을 가지고 있을 때의 움직임이 온더볼이라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 오프더볼이다. 진짜 실력은 이 거다. 패스하고 그냥 서 있는다? 상황을 파악하며 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눈치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건 실력 이전의 태도 문제다.  개인 능력의 기본이 드리볼, 트래핑, 킥(패스)라면, 오프더볼은 개인의 조직 능력이다. 
 ▶ 오버래핑: 후방에 배치되어 있는 수비수가 공격 지역으로 달려 나와 공격에 가담하는 것. 욍백이 깍둑이 전용에서 팀의 핵심 자원이 되는 순간이 이 것이다. 사회 생활도 마찬가지. 오버래핑 잘 하는 사람이 대접 받고 산다. 관전에서 참여로, 무관심에서 적극적 지지자로 사는 것. 기왕이면 오버래핑 하며 사는 인생이 잘 사는 인생이다.
 ▶ 킥앤 러쉬: 이른바 롱볼 축구. 혼비씨 연습생 시절 그야말로 개인기 연마에 열심했거늘. 정작 시합에 나가니 감독님 무조건 앞으로 차라네. 우리 팀은 ‘티키타카’할 수준이 아니라고. 그러나 뻥 축구도 수준이 있는 법. 열심히 연습한 혼비씨. 드디어 롱볼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역사적인 날을 맞이하게 되는데...전율 그 자체 였다는..

■ 운동이 운동이 되는
 혼비씨 진짜 축구가 좋아서 축구를 하는데..사람들은 아직도 여전히 “여자가 축구해요?”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여자가 임신을 하면 축구장을 떠나게 되는데, 축구하는 그 남편은 클럽과 잠시 헤어지기는 할까? 교육청의 학교 대항 체육대회 종목에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라는데 나도 축구하고 싶다는 여학생의 외침은 관철되었을까? 남녀의 축구선택은 이렇듯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자연적인 연루가 참여적인 연루로 전환되는 순간’을 클럽에 입문하는 순간 부터 김혼비씨는 느낀다. 추국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새겨들 이야기가 많다.

■ 공격과 수비
 그러고 보니 내 이야기도 하자. 나름 내 직업군이 만든 전국 축구대회에 오랜기간 쎈터백으로 참여했다. 내가 속한 충청팀은 우승도 세 번 했다. 첫 우승때의 기분은 십 년 체증이 한 번에 쓸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기뻤다기 보단 올 것이 왔다는 느낌. 그래서 첫 우승한 사람이 우나 보다 싶었다. 난 체형이나 기질상 수비가 어울린다. 공격수의 창의적인 플레이 보다 수비수의 조직적인 협업 플레이가 좋다. 공을 치고 들어가는 것 보다 인내심 있게 공이 없는 영역을 지키는 심정을 사랑한다. 단 한골이 아니라 단 한골도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 나에게 있어 좋다. 당신은 어떤가? 어느 포지션이 좋은가? 어떤 삶이 맘에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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