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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9년 01월 21일 (월) 10:54:22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사회의학
 은 ‘사회적 환경이 사람들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의학의 한 분야이다. 보통 질병의 원인을 개인적 차원에서 자주 논한다. 예를 들어 제 2형 당뇨병의 원인은 가족력과 나이, 비만과 스트레스등 다양하게 이야기 된다. 이러한 원인들이 상호작용하여 당뇨병을 발생케 하는 것이다. 이 것을 소위 ‘원인의 그물망’이라고 한다.
 하버드 보건대 교수 낸시 크리거는 1994년 그의 논문 <역학과 원인의 그물망: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에서 ‘원인의 원인’에 대하여 관심가질 것을 주장한다. 즉, 당뇨병 발생의 원인들의 원인을 알아야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치료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당뇨병이 20-30년 전에 비해 유병율이 높아지는지, 비만과 스트레스를 조장하는 사회, 정치적 원인이 없는지 따져 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금연정책을 논할 때, 작업장의 안전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일면 없을 듯 하다. 그러나 위험한 작업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가 휴식 시간에 피는 담배 한 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로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 금연 못 하는 사람에게 의지가 없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하버드 보건대 글로리안 소런스 교수팀은 미국 매사추세츠 지역의 제조업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금연프로그램을 실행한 군과 그렇지 않고 금연프로그램만 진행한 군을 비교했다. 결과는 전자의 금연율이 두 배 높았다. 즉, 금연은 개인의 의지 뿐만 아니라 작업 환경도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을 얻었다.

■ 데이터와 질문을 만드는 능력
 사회의학은 질문과 데이터가 핵심이다. 미국에선 동성결혼 합헌 판정이후 성소수자들의 건강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렇다면 한국적 상황에서는 어떻게 질문을 할까? “동성결혼 불인정이라는 제도적 치별은 성소수자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 그리고 데이터를 모은다. 그러나 쉽지 않다. 커밍 아웃한 사람과 아닌 사람들을 구분해야 하고, 여러 해를 거쳐 전향 연구를 하며 대조 연구도 해야 한다. 이웃 나라의 연구 성과도 참고해야 한다. 호소력있는 주장은 바로 데이터에 근거해야 하며, 새로운 시선과 시각을 담는 질문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

■ 사회의학의 주제들
 저자는 쌍용자동차, 삼성반도체 직업병 소송, 소방공무원, 전공의 현실, 세월호 참사, 동성결혼 합법화, 트렌스젠더, 교도소내 인권 실태, 가습기 살균제, 지역 공동체등의 문제와 관련한 건강 실태를 연구해왔고 그 결과를 사회에 내 놓았다. 
 교도소내 재소자들의 인권실태를 논할 때,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은 죗값을 치르는 것이지 아플 때 방치 당하는 것까지 징역살이에 포함될 이유는 없다”,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편하지만 맞는 말이다.

■ 공동체의 건강역학
 여러 연구에서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확신’이 ‘기꺼이 힘겨운 삶을 꾸려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로세토 지역 연구, 60년대 미국 내 일본인 연구가 대표적인 그 근거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공동체와 관련된 건강역학은 어떠한가? 평균수명과 영아사망율은 개선되었으나, 자살율은 증가했다.(1997년 10만 명당 13.1명-> 2014년 27.3명). 자살율 증가는 우리 사회 공동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비정규직 고용이 증가했다. 정규직도 항시 정리해고의 위협에 놓여 있다.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이 100 이라면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35 밖에 안 된다. 한국 10% 인구가 차지하는 전체 소득의 비중이 1996년 29%에서 2013년 45%로 OECD 상위권에 속한다. 이 모든 통계는1997년 IMF 위기 전후로 나타난 수치다. 
 공동체의 붕괴는 주민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승자독식과 패자부활전의 부재, 부의 집중과 심화, 보편 복지의 부재가 자살율을 높힌다. 하여 ‘꽃들에게 희망을’ 노래하는 것과 동시에 부의 재분배와 두루 성장과 고루 분배를 위한 부유세, 기본소득, 최저임금제등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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