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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김관욱의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책 익는 마을 원진호
2018년 12월 03일 (월) 11:11:57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의료인류학
 저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면서 인류학자다.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돌아온 후 1년 간의 작업을 통해 이 책을 만들어 냈다. 인류학은 ‘사람에 대한 학문’이다. 사람들은 각 자 자신의 몸을 가지고 세상을 산다. 우리의 몸은 하나 하나가 우주다. 우주들이 모여 또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 낸다. 인류학은 서로 다른 몸, 서로 다른 우주를 오가며 통역을 하고 해석을 하고 공감을 자아낸다. 의료는 몸의 아픔을 본다. 의료인류학은 아픈 몸의 맥락을 바라보고 치유의 혜안을 찾는다. 저자는 아픈, 아플 수 밖에 없는 현장을 찾아 간다. 그리고 몸으로 글을 썼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 아픔-가족
 저자는 서울 관악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있는 베이비 박스(키울 수 없는 아기를 놓아두는 곳)을 찾아가 바라 본다. 미혼부는 없어도 미혼모가 있는 한국. 정상가족이데올로기에 우리가 얼마나 매여 있는지 반성할 일이다. 
 베트남전쟁에서, 4.3제주 항쟁과 4.16 세월호 사건에서의 수 많은 죽음을 어떻게 애도할 수 있을까? 핵심은 ‘기억’이다. 혼자하면 기억은 고통이지만 같이하면 위로가 된다. 죽음을 함부로 비하하지 말자.

■ 아픔-낙인
 장애인 특수학교와 국립 한방병원을 둘러싼 대립은 어떤가? 장애인이 많으면 동네 분위가 안 좋다거나,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이야기이다. 핵심은 장애에 대한 비열한 낙인이다. 장애인은 드러나는 순간 ‘더러운’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보여 지면 안 된다. 단지 그거다. 그러나 웃지 말 것!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현재 비장애인이라고 불리는 거다.
 미투 운동은 여성의 인권을 한단계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해석의 과잉을 조심할 것. 범죄는 범죄라는 것. 그 외 것은 부차적이라는 것.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낙인찍는 남성의 상징 권력이 스스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기에.

■ 아픔-재난
 가습기 살균제사건으로 2018년 5월 피해 신고자가 6천명이 넘고, 사망자가 1,300명이 넘었다. 우리는 보상 받고 다 끝났지 않았나 하지만, 책임자 처벌과 피해 보상을 둘러 싸고 그들을 두 번 죽이는 행태가 벌어졌나 보다. 피해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도 충분히 당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반올림이라 아는가?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소송을 계기로 만들어진 시민단체다. 올해로 11년차다. 최근에 삼성전자와 정부, 그리고 이 단체가 통 큰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 근데 삼성반도체에 근무하고 혈액암등 회귀암으로 사망한 사람이 80명이 된다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질병을 앓는 환자’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 아픔-노동
 2017년 겨울 특성화고 3학년 여학생이 콜센터 근무 5개월만에 차가운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아버지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는 ‘콜 수 못 채웠어’이다. 회사는 이 여학생에게 모욕감을 주며 밀어 냈을 것이고 가족은 힘들어도 참으라고 막아 섰을 것이다.
 네팔 노동자 두 명이 똥물을 치우다가 황화수소에 중독되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사장은 둘이 군기 잡다가 사망했다고 말을 바꿨단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하면서. 이런 행동은 어디에서 연유할까? 하나는 문화다. 네팔인은 원래 그런 일을 하고 그런 성격을 가진 존재라는 것. 하여 그들은 사회적 고통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이 것을 상징적 폭력이라 한다.  또 하나는 법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를 채용하는 사업장에 점수를 매겨 순위에 따라 이 들을 배정해 준다. 이 점수에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면 감점이 1이다. 2명 이상은 수에 상관없이 2점. 성희롱은 2점, 임금 체불은 5점, 계약기간이 지나 재고용하면 무려 30점까지 된다. 그러니 목숨 값이 똥값이 되는 것이고, 사장의 도덕은 법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다. 이 것이 구조적 폭력이다.

■ 아픔-중독(흡연)
 저자는 흡연 문제의 전문가 답게 깊은 통찰을 보여 주고 있다. 흡연자도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것. 사실 흡연이 위로라면 흡연자를 힘들게 하는 사회적, 경제적 맥락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맞다. 흡연의 위험보다 삶의 위험이 더 크다면 차라리 흡연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는게 낫지 않을까?
 물론 건강을 위해 금연은 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금연 못하는 것에 수치심을 가지지 말 것. 그냥 서서히 줄여도 좋다. 그리고 개인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가정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이 금연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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