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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 삼성과 법원 그리고 '난쏘공'
2018년 10월 22일 (월) 12:30:14 박종철 논설주간 webmaster@charmnews.co.kr
   

조세희 작가(76)는 1965년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지만 소설가로서의 한계를 느낀 나머지 창작활동을 중단하고 평범하게 직장생활에 전념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펜을 잡은 것은 유신체제 때인 1975년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필독서로 기억되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연작을 이 때 시작했으며, 1978년 6월 초판에 들어가 지난해 4월 300쇄를 돌파했다. 초판을 발행한 이래 39년 만이며 판매 부수는 137만 부에 이른다. 철거 위기에 놓인 ‘난쟁이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난쏘공’은 1970년대 산업화 시대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도시 하층민의 삶을 담은 작품이다.

1970년대 산업화 · 도시화로 도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 구도는 크게 심화됐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도시 변두리의 철거민촌을 배경으로 노동 계층의 비참한 생활상과 잘사는 계층의 화려하고 타락한 생활상을 대조적으로 제시하고, 못 가진 자들의 고달픈 삶과 방황, 그리고 의식 구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서술했다.

조세희 작가는 “사람이 태어나서 누구나 한번 피 마르게 아파서 소리 지르는 때가 있는데, 그 진실한 절규를 모은 게 역사요, 그 자신이 너무 아파서 지른 간절하고 피맺힌 절규가 `난쏘공`이었다”고 소회했다. 그러나 그가 밝힌 진실한 절규의 역사나 간절함을 품은 피맺힌 절규는 오늘날 행복한 요소로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벼슬아치들과 재벌들의 짝짓기는 진행형이고, 못가진자들의 쇠고기 한 근 값은 그야말로 금값이다.

1970년대나 80년대 산업화의 주역인 공돌이 공순이들의 고된 노동의 대가도 돌려받지 못했다. 전태일이 죽음으로 호소한 사회 변화는 더디기만 하고 노동자들의 탄압은 여전히 건재하다. 삼성의 노조탄압에 대한 파렴치가 도마에 오른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수사 또한 진척된 게 없다. 법원이 삼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번번이 기각했기 때문이다.

사법농단 수사영장 발부 율 10%, 삼성 노조파괴 관계자 구속영장 발부 율 20% 선과 일반인 대상 80% 대를 감안하면 웃기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법원이 알아야 할 게 있다. 긴 세월이 흐른 지금, 젊은이들이 ‘난쏘공’에 등장하는 난장이들에 왜 귀를 기울이는지 알아야하고, ‘난쏘공’이 시대 문제의 핵심과 사회 양극화에 묻고 있는 화두는 과연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이 노동의 가치를 짓밟은 삼성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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