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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한국의사수필가협회의 <잊혀지지 않는 환자>
책익는 마을 원 진호
2018년 10월 15일 (월) 12:30:52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
 삶의 의미를 찾고 위로를 받기 위해서다. 비단 글만이겠는가? 여행, 그림, 음악, 산악자전거, 운동등 삶의 의미와 위로의 영역은 다양할 것이다. 하여 글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글은 공감과 확장성이 크다.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고 독자의 기억을 끄집어 내고 상상을 펼쳐 낸다. 특히 같은 업계에 있는 글쓴이와 독자라면 그 진폭은 클 것이다. 47명의 동료 의사들이 쓴 글들을 읽으며 오랜만에 마음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어떻게 환자를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세상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되돌아 보는 읽기였다.   

■ 기억 저 편에 묻어 둔 환자
 의사 박 관석은 테이프 소리를 들으면 인턴 때 본 신경외과 환자와 가족을 회상한다. 중학교 여학생이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뇌사에 빠진다. 부모는 아이에게 전할 이야기와 아이가 좋아했던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해 의사에게 귀에 꽂아 주도록 부탁한다. 긴 시간 희망은 사라지고, 아이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하고 부모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사랑한다. 우리 딸. 우린 영원히 너를 잊지 못할 거야. 부디 좋은 곳으로 가렴. 그곳에서는 절대 아프지 말고, 그리고 에전에 네가 말했듯이, 아빠와 엄마는 네 소중한 몸을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기로 결정했단다. 많이 고민했지만, 네가 원했던 것을 해주는 것이...” 의사 박 관석의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 도다리쑥국
 안과의사 유 혜영은 환갑지난 여고동창들과 매달 모임을 갖는다. 그들의 수다는 투병기다. 밀러피셔증후군을 앓고 돌아온 친구 이야기. 유방암으로 항암치료중인 친구가 도다리쑥국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 저자는 베토벤이 귀가 먹어 가면서 교향곡 3번 <영웅>을 작곡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 ‘왜 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 삶의 의미는 ‘나름대로’다. 도다리쑥국이 투병하는 친에게 삶의 의미다. 각 자 우리는 ‘나름대로 삶의 의미’를 갖고 살아야 할 터이다.

■ 병실 꽃밭
 의사 임만빈은 병실을 꽃밭으로 표현했다. 신경외과 병실에 누워 있는 식물인간 환자들을 ‘욕망과 질시, 물욕과 명예욕을 깨끗이 지워 버린 맑은 눈동자를 꽃술처럼 꽃부리를 감싸고 배설물의 치욕을 꽃받침으로 감추는’으로 표현했다. 나비처럼 날아가 간호사가 환자의 혈압을 재고, 간병인이 기저귀를 갈아 주고, 청소 아줌마가 그 것을 바구니에 담고, 의사가 욕창을 치료해준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곳에서 근무하는 행운을 얻었다고 한다. ‘매일 아름다운 꽃들을 바라보고 꽃의 단맛을 즐기는 그런 축복’을 받는다고 이야기 한다. 아~ 이렇게도 표현이 될 수 있구나!

■ 장기이식2050년
 대학에서 신장이식을 주업무로 하고, 조직 공학을 공부하는 의사 홍범식은 뇌에 저장된 정보를 USB같은 저장장치에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지만, ‘자신만의 경험과 사유를 담아 시를 쓰고 수필을 써서 서로 읽어 가며 느낀 바를 합평하는 모습’은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 본다. 아버지에게 신장 이식을 해 준 딸에게 그는 말을 건넨다. “먼 미래 모든 장기를 조직공학으로 만들 수 있으나., 아버지를 위해 수술대에 누운 그 용기와 사랑은 절대 만들어 내지 못할 겁니다.”

■ 17일의 약속
 의사 김 탁용의 막 출생한 아이는 신생아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생명이 위독했다. 또한 간암말기 환자의 간성 혼수를 치료해야 했다. 아이의 곁을 지키지 못하고 환자를 보러 가는 그에게 친척들은 ‘모질다’고 말했다. 절망하는 아내는 남편을 원망했다. 뭐라도 해 보라고. 말기 간암 환자의 가족들도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의사란 업이 한없이 무서웠’단다. 죽어가는 환자와 자식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무능함에서 한없이 도망치고 싶었단다. 태어난지 17일 지나 아이는 하늘나라로 떠났다. 그때 아빠는 아이에게 약속했다. ‘시간 한 점 한 점을 핏방울처럼 진하게 살겠다’고.

■ 삶의 의미와 위로
 47편의 글들은 기억과 회상을 통해 글쓴이들의 삶들에 위로를 주고 있다. 또한 앞으로 살 날들에 의미를 던져 주고 힘을 복돋아 준다. 글쓴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기운이 함께 하기를 빈다. 또한 나의 삶의 의미와 위로는 무엇인지 더듬이질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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