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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오연호의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책 익는 마을 김지은
2018년 09월 18일 (화) 09:28:33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주눅과 비교
 거울에 비친 나의 표정을 본다. 주눅이 들어 있나? 아니라고 하기는 어렵다. 근심이 서린 듯 어둡다. 그 뒤에는 37년간 알게 모르게 내 속에 켜켜이 쌓여진 주눅이 있다. 생선 프라이팬에 낀 기름때처럼 끈적거리며 지워지지 않는다. 만 5년 동안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아이들이 주는 행복과 내 인생에 대한 불안함 사이에서 오락가락해왔다. ‘엄마 아빠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스스로 존엄과 가치를 느끼지 못하며, 남과 비교하면서 나는 왜 이 정도밖에 못 되었을까 늘 주눅 들어 있다면,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간다.’ 그래서 우리 아들은 가끔 슬픈 얼굴인가 싶기도 하다.
 우리는 학창시절에 10% 안에 들기 위해 경쟁해왔다. 남들로부터 비교당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비교는 우리 속에 깊이 내면화되어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내 경쟁자였던 이들의 이름들 불러본다. 소영 미진 미정 미선... 이들을 이기기 위해 나는 밤잠을 줄이고 얼마나 애썼던가. 일등을 놓쳤다고 울고 친구와 말을 하지 않은 적도 있다. 고등학생이 되자 10등은커녕 20등 안에 들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좌절했다.
 10년 전 쯤 내가 되려고 했던 모습을 가진 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사려 깊고, 이치를 잘 따질 줄 아는 유능한 친구였다.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하면서도 비교에 시달렸다. 비교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만큼 드러내지 못하고 끙끙 앓았다. 비교는 병이다. 비교는 사회적 질병이다. 국가적 차원의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입시제도가 다양한 방식의 기준으로 평가되고 많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의 맑은 표정을 유지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는 세상이 대한민국에 열린다면, 치료는 저절로 시작되지 않을까.

■ 덴마크의 숲 유치원
 2주 전 군산의 동쪽에 있는 대야에 이사를 왔다. 시골의 아파트에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를 없애버렸다고 한다. 아파트 앞뒤로 차들이 씽씽 달리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곳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덴마크의 유치원은 100% 국공립이며 그 중의 20%의 유치원이 숲에 있다. 스톡홀름스가우에는 25년째 운영되는 숲 유치원이다. 숲 놀이터가 3000평이나 된다. 그곳에는 프로그램이 없다. 오전 9시에 등원하여 오후 3시까지 아이들은 숲에서 논다. 몇몇은 선생님과 벌레를 잡고, 몇몇은 닭을 쫓아다니고, 몇몇은 사과 주스를 만드는데 참여한다. ‘스스로 선택하니 즐겁다’는 정신은 이렇게 유치원 때부터 구현된다.
 저자는 덴마크의 숲 유치원이 우리에게도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논과 밭 사이 길로 동무들과 쏘다니며 해가 저물도록 뛰어놀던 바로 그곳. 나에게는 갯벌에서 맨발로 똘쨍이를 잡던 곳이다. 우리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잃어버렸는데, 덴마크는 수도인 코펜하겐에서까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 덴마크와 대한민국의 차이 
 덴마크와 대한민국의 교육이 내세우는 가치만 놓고 보면 참 똑같다. 덴마크의 키워드는 ‘자유, 안정, 평등, 신뢰, 이웃, 환경’이다. 대한민국 헌법 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이고, 교육 지표중 하나가 ‘더불어 행복한 학교’이다. 그런데 둘은 왜 현실에서 차이가 날까? 저자는 철학에 원인이 있고 실천의 부재를 말한다. 덴마크는 ‘내가 행복하려면 우리가 행복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루저(패배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90% 이상을 승자로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반면 대한민국은 나의 1등급, 나의 아파트, 나의 성공, 나의 출세를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느라 옆 사람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보지 못했다. 모두가 10 퍼센트 안에 들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교실과 사회에서도 90%에 달하는 패자들이 넘쳐나고, 10% 안에 든 승자들도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현대사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혁신을 경험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꿈틀거리고 있다. 공교육에서의 혁신학교제도나 대안학교 활동이 그렇다. 저자도 ‘꿈틀리학교’를 2016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다. 덴마크 사람들은 초등학생 때의 표정이 고3때까지 유지될 수 있고,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들이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즐거운가를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할 있는 국민이 대다수를 이루면 나라다운 나라가 된다고 보았다. 우리도 이런 행복한 나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한 질문에, 함께 토론했던 책익는마을 분은 “그럼요. 꼭 올 거예요.” 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책에 답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촛불혁명의 저력이 있다. 이 정도면 뭣을 못하겠는가!”

■ 나의 기도
 그래, 나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탓하면서 수동적으로 살지 말아야지. 아이들에게 선물로 흙을 주고, 엄마들과 아이들을 모아 숲으로 달려가야지. 교회가, 아파트가, 마을과 지역이 아이들을 배려하고 사랑하게 만들어야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빨래개고 청소하고 요리하도록 가르쳐야지. 꼴등을 하더라도 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줘야지.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 일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가르쳐야지. 아이들과 함께 밭을 경작해야지. 학원비는 따로 모아서 꿈을 찾는 자금으로 써야지. 지역에서도 에프터스콜레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응원해야지. 내 아이의 성적을 사랑하지 않고, 내 아이의 대학 간판을 사랑하지 않고, 내 아이의 직장을 사랑하지 않고, 내 아이의 월급 봉투를 사랑하지 않고, 내 아이의 인생을 사랑해야지. 그래서 내 아이가 사는게 참 즐겁다고 느끼게 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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