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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 정도전의 ‘선비정신’
박종철 논설주간
2018년 09월 11일 (화) 12:19:00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정도전(1342-1398)은 인간에게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정도전은 30대 시절 나주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그 지방의 ‘정침’이라는 선비가 왜구에게 홀로 저항하다 죽은 사연을 듣고 이 같은 글을 남겼다.

“아! 죽고 사는 것은 진실로 큰일이다. 그러나 사람 중에는 이따금 죽음보기를 (고향으로)돌아가는 것처럼 여기는 자가 있는데, 이는 의리와 명예를 위해서다. 선비들의 그 의리가 죽음을 만났을 때에는 아무리 끓는 가마솥이 앞에 있고, 흰 칼과 톱이 뒤에 설치되어 있으며, 화살과 돌이 쏟아지고, 흰 칼날이 아래에 서리고 있을지라도 거기에 부딪히기를 사양하지 아니하고 내딛기를 피하려하지 않는 것은 어찌 의를 중하게 여기고 죽음을 가볍게 여김이 아니겠는가.

···아! 사람이 정말 죽음이 없다면 사람의 도리는 벌써 없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적이 항복하기를 협박할 때에 충신은 죽음이 아니라면 어떻게 충의를 보전하겠으며, 강포한 자가 핍박할 적에 열녀가 죽음이 아니라면 어떻게 정조를 보전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난처한 사태를 당하여 바른 길을 잃지 않는 것은 다행이도 한 번의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정도전은 또 이 같은 글을 배경으로 왜구의 노예와 첩과 첩자가 된 양반 자제들을 비판하며 “그들의 소위(행위)는 개돼지만 못한데도 스스로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양반 자제란 곧 선비요, 지식인이요, 사회지도층”이라고 정리했다. 정도전이 생각하기에 선비란 의리에 살고 선비의 삶은 당당한 죽음을 통해 완성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의리가 없는 선비, 비겁한 지식인, 권력을 남용하고 의무를 저버린 지도층은 인간답게 사는 길을 포기했으니 곧 금수와 다를 게 없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 보수 정권의 선비(?)들이 저지른 악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의무를 다하지 못한 선비에서부터 아첨과 각종 비리를 일삼은 선비에 이르기까지 범죄 행위도 다양하다. 그 중 양승태 대법원장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 판사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재판과정 개입 계획을 마련하고 실제 실행에 옮긴 것은 경악, 그 자체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썩고 병들었다 하더라도 사법부만큼은 건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15년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 법관들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면서 국민 혈세를 축낸 것은 공분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구멍가게에서 빵 한 조각을 훔쳐 먹은 어린 아이를 소년원에 송치했던 엄격한 법의 잣대는 어디로 갔는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지극히 보편타당한 진리는 또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이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정도전이 추구했던 이 시대의 선비정신은 과연 무엇이며 ‘개돼지’는 또 누구를 말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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