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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 중독자의 고백>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8년 09월 11일 (화) 12:04:21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중독
 중독은 과용과 금단증상, 그리고 의존성과 부적응이 생긴다는 것이다. 효과를 보기 위해 양을 늘려야 하고, 중단하면 금단증상으로 괴로우며, 약물에 의존하여 일상 사회 생활이 어려워 진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는 중독성이 강한 약물을 마약으로 분류하여 금하고 있다. 아편은 마약이다. 그런데 아편 중독자가 글을 냈다. 무슨 말을 했을까? 내가 아편을 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리고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그리고 아편만 아편(opium)인가? 자신에게 반드시 있을 수 밖에 없는 수 많은 아편양(opioid)들은 어떤가? 술, 담배, 책, 약물, 여행, 운동등등. 왜 당신은 그 것들에 중독되는가?  

■ 고백
 그러나 굳이 고백할 필요가 있을까? 특히 남에게? 맞다. 그럴 필요 없다. 그러나  살면서 매너리즘과 관성에 빠진다. 처음에 기가 막히게 흥미와 동기가 있어 시작한 그 무엇이 나중엔 왜 하는지 모르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적어도 나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는 있다. 왜? 대나무가 매듭을 지면서 하늘로 치고 올라가야 꺽이지 않고 튼튼하게 서 있을 수 있다. 바로 그 매듭이 고백일 수 있다. 그러나 막연하다. 어떻게 되돌아 본다는 말인가? 그럴 땐  고수의 무등을 타고 가면 된다. 그들이 만들어 논 플랫폼을 따라 나의 사유를 얹혀 놓으면 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좋은 길라잡이 되어 줄 수 있다.

■ 드 퀸시
 이 책은 ‘영국 근대 고백문학의 시발점’이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당시 영국은 빅토리아 시대로 경제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번영을 구가하던 때였다. 문학은 그 수혜인지 모른다. 드 퀸시는 1785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고, 문학과 철학을 사랑하며 평생 글과 기고를 하며 살다가 1859년 74세에 세상을 떴다. 그는 경제적으로 무능했고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으로 근근이 생활했다. 이 책도 36세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급하게 쓴 글이다. 그러나 글은 솔직했고 주제도 핫한 아편에 대한 이야기여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문장과 문체는 당시 문학인과 지식인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는 평생 이 고백 글을 가지고 궁구했다. 재판은 그가 죽기 3년 전에 나왔다. 번역본에는 초판과 재판의 내용이 다 실려 있어 30년 세월을 둔 그의 필력을 비교할 수 있다.

■ 아편 중독  
 이 분은 내성적이며 감수성이 풍부하면서 동시에 자존심이 쎄고 자기 주장이 강했다. 어린 시절 여섯 일곱 살에 사랑하는 누이와 아버지를 여위었다. 엄격한 어머니와 형에게 시달리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열일곱살에 건강문제와 후견인들과의 불화로 맨체스터 문법학교를 뛰쳐 나와 런던으로 향했다. 그는 궁하게 살았고 매춘부 앤과의 우정을 쌓았다. 열아홉에 가족과 화해를 하고 옥스퍼드 우스터 대학에 들어갔다. 그는 시인 워즈워스, 콜리지와 교류했다. 지식을 사랑했고 독서를 좋아했다. 철학과 문학을 연구하며 글을 썼다. 그러나 그는 병약했다. 1804년 가을 치통이 심해 친구의 권유로 아편을 복용했다. 당시 아편은 불법이 아니었고 의존과 중독성의 폐해가 알려지지 않았다. 술 보다 쌌고 수은과 더불어 마취와 진통제로 상비약으로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이후 그는 52년간 아편을 복용했다. 그렇다면 저자는 아편에 중독되었는가? 본인은 아니었다고 한다. 충분히 통제했고 통제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자기는 아편의 즐거움을 알았기 때문에 마셨다고 주장한다. 작가는 아편을 복용하고 정신적 흥분과 고양을 느꼈다고 한다. 아편을 마시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고 가난한 자의 거리를 배회했다. 그리고 골방에 들어 앉아 내면의 자아와 마주했다고 한다. 아편을 마시고 꿈을 꿨고 삶의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아편으로 인해 자신의 일상의 삶이 망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 나의 아편양 실습
 나도 흉내를 내 봤다. 아편은 아니고 술로. 마우병에 소주를 타 영화를 보면서 마셨다. 왜? 그냥 해봤다. 이게 독서의 힘이다. 영화를 보며 에로틱과 사회 고발을 동시에 생각했다. 드문일이다. 집에 돌아와 오래된 포도주에 포도를 안주삼아 마셨다. 그리고 글을 썼다. 이것도 독서의 힘이다. 아.. 근데 드 퀸시는 음악에서 신의 경지를, 배회에서 가난한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뼈저리게! 아프게! 공감했다는데...나의 술 몇 잔은 하품과 멍함만 남겼다. 중독은 그래서 함부로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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