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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유발 하라리의 <극한의 경험>
책 익는 마을 원 진호
2018년 01월 09일 (화) 11:15:43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라이언 일병 구하기
 난 청소년시기 장래 희망이 군인이었다.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것과 80년 광주 항쟁을 북한괴뢰군의 사주로 선전했던 당시 전두환정권의 역할도 컸다. 공명심에 들떠 있던 15살 사춘기 아이에겐 너무나도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역시 나시찬주연의 전쟁드라마 ‘전우’, 미국 드라마 ‘컴뱃’. 특히 나시찬은 나하고 닮았다고 많이들 이야기해서 나의 영웅이되었다.
 난 지금도 전쟁영화를 좋아한다. 하나는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쟁은 나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되새김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모르겠다. 겉으로는 반전을 이야기하지만, 속으로 전쟁영웅을  흠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양가 감정중 무엇이 진실인지 진리인지 말이다.

■ 전쟁 문화사
 저자는 서문에서 ‘인간은 왜 전쟁에 뛰어들며, 전쟁에서 무엇을 느끼고 배우는가?’를 묻는다. 그는 그 이유가 시대마다 달랐다고 한다. 오늘날 전쟁을 겪은 이들은 ‘설명할 수 없다’거나 ‘그 곳에 가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전쟁을 통해 어떤 계시를 체험했다고 한다. 계시의 내용은 환멸과 긍정, 혹은 영적인 것들로 다양하다. 첫 불세례를 받은 몸에서 이전에 있던 모든 감각과 이상은 제거된다. 그 빈 곳에 새로운 어떤 정신적 이상이나 혹은 단순 물질 그 자체로서 육체만이 남는다. 
 이러한 전쟁 체험 방식은 18세기 감각주의, 19세기 낭만주의를 거쳐 바뀌었다고 한다. 저자는 근대 초기인 1450~1740년 시기의 전쟁회고록등을 분석하며 이렇게 말한다. 당시에는 신과 국가, 혹은 개인의 명예와 이상, 이익을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고 한다. 전투의 실상은 중요하지 않았고 전쟁 참여가 자신의 목적에 부합했는지가 중요했을 뿐이다. 전투를 통해 얻은 체험이 개인의 성장과 변화에 기여를 했다는 인식은 후기근대 이후의 일인 것이다.
  18세기 감각주의는 생리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성장한 문화 담론이다. 이는 육체가 주변 환경과 접하면서 지식을 쌓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쟁에서 병사 개인의 감수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풍조의 문화적 기반이 되어주었다. 숭고개념과 성장소설로 대표되는 낭만주의도 전쟁의 극한 경험을 중시하는 면을 촉진하게 된다. 저자는 1740~1865년 사이의 방대한 전쟁회고록과 문화사를 검토하면서 이를 증명해낸다.
 문화는 일종의 프레임으로 각 시대 사람의 행동양식을 규정한다. 1815년의 워털루전투나 1950년 한국전쟁에서 겪은 군인의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살인과 죽음의 공포는 프랑스군인이나 한국군이나 마찬가지였을테니까. 그러나 두 군인의 시선은 달랐다. 시대가 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한 시대에도 다양한 시야와 시선이 존재했을 것이다. 다만 한국군의 개인적 전쟁체험이 지금은 중요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140년전 프랑스군인에겐 이상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문화는 중시와 무화(無化)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부구조다.

■ 전쟁은 종식될 수 있을까?
 오늘날 전쟁문화와 전쟁회고록은 혐오에 가깝다. 두 번의 세계대전의 결과다. 그럼에도 전쟁은 반복되고 있다. 왜 그럴까? 평시의 전쟁에 대한 거짓문학과 거짓전쟁심리학때문이라고 한다. 15살 내가 겪었던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또 하나는 ‘무감각성’때문이란다. 전쟁에서 극단의 경험을 한 사람들은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사회와 국가도 그렇게 행동할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그래서 인간과 사회는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소장 루돌프 획스의 회고록을 업급하며 고도의 감수성을 유지하며 극한의 경험을 수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반론을 던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되는가? 왜 전쟁은 반복되는가?

■ 전쟁은 진실?
 서양 문화는 수 천년동안 전쟁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거해 왔지만 단 하나의 가치는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이 영원한 진리이고 평화는 일시적 환상이다’ 즉, 전쟁을 통해 인간은 진리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것이 오늘날 전쟁회고록들의 핵심이다. 저자는 이 책의 의미를 독자들이 ‘이런 경험담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오늘날의 전쟁 문화를 헤쳐 나갈 길을 조금이나마 쉽게 찾도록 돕는 것’에 있다고 했다.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고, 혹은 위태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시대에 우리 안에 숨어 있는 양가 감정을 냉정히 봤으면 한다. 다 같이 살아 가는 공동체의 관점에서 중용을 지키는 전쟁관은 무엇인지 고민해 봤으면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관도 역사 속에서 보면 상대적인 것이며 한계가 분명 있는 것이다. 절대라든가 반드시라는 말은 하지 말자. 상대성과 회의를 가지고 전쟁론의 배후를 바라보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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