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14 화 12:13
의정비, 시립노인병원
 
> 뉴스 > 오피니언/정보
     
[박종철 칼럼] 2017년 '세밑'에서
박종철 논설주간
2017년 12월 19일 (화) 11:54:01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또 한해가 저문다. 삶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토담 모퉁이 까치밥도 시들고, 낡은 화분 하나를 가득 채웠던 초겨울 국화는 내년을 기약했다. 우리의 인생도 한 송이 국화를 닮았다. 때가 되면 어디선가 피고 또 때가 되면 어디선가 진다.

그 누구도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다. 우린 올 한해 무엇을 했을까. 그리고 우리가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겨우내 열기로 가득했던 광장, 심장까지 토해낸 청춘들, 그 때 그 곳에는 정의가 있었고 미래가 있었다.

푸른 꿈과 내일을 향한 무한도전 뿐 아니라 민초들의 외침을 풀어줄 희망도 공존했다. 그러나 그것은 꿈(夢)이었다. 다시 꾸지 말아야 할 꿈이었다. 쑥부쟁이 지고 새로운 밀알을 싹 틔울 때의 뜨거운 가슴은 이제 갔다.

남은 것은 껍데기뿐이다. 재벌에게 뺨을 얻어맞고 머리채를 잡힌 변호사는 재벌을 용서했다. 여의도 정치 양아치들의 세비 인상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은 눈을 감았다. 그만큼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흰 눈이 쌓인 어느 늦은 밤, 필자 일행은 눈꺼풀의 무게를 느끼면서 3차를 시작했다. 한 뼘 크기 작은 맥주와 마른안주 한 접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라한 숯 컷들, 그 사이를 비집고 끼어 앉은 이름 모를 여성 하나, 우리는 그렇게 둘러 앉아 세상을 탓하며 연거푸 소맥을 들이켰다. 그 자리에서 이름 모를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취직 할 곳도 없을 뿐더러 사회 양극화가 너무 심해 정말 죽고 싶다"고, 또 "이 짓거리(손님접대)는 누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느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어쩔 수 없어서 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라고 해서 더 낳을 게 없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젊은 층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 가진 것이라곤 싸구려 월세 방에 강산이 바뀐 자동차 열쇠 하나, 내일을 기다리는 작업복 한 벌이 전부다.

그나마 건설현장도 크게 줄어 일일 노동자의 가슴은 영하의 날씨보다 더 차갑다. 마누라 눈치에, 자식 놈 학비 걱정에 느는 건 한숨뿐이고 기대할 것도 희망도 없다. 우리가 불태운 광장의 촛불이 우리의 시린 가슴을 더욱 짓누르는 모양새다.

보령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보령신문(http://www.charm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기사의견쓰기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가장 많이 본 기사
"훌륭한 인재를 키워주세요!"
(사)전통민속문화보존회 보령시지부,
[소비자정보] 신유형 상품권
[박종철 칼럼] 보령항 준설토 투기
13일부터 치매극복주간 운영
"따듯한 추석이 되길 바랍니다"
제7기 도시재생대학 개강
해양머드박람회 이모티콘 받자!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새마을금고 마트는 전통시장입니다"
 
우편번호 33436 충남 보령시 신설 3길 11, 1층(동대동, 모스트센터) | Tel: 041)936-0005 | Fax:041)935-1356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중
Copyright 2009 보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jong86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