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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칼럼] 2017년 '세밑'에서
박종철 논설주간
2017년 12월 19일 (화) 11:54:01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또 한해가 저문다. 삶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토담 모퉁이 까치밥도 시들고, 낡은 화분 하나를 가득 채웠던 초겨울 국화는 내년을 기약했다. 우리의 인생도 한 송이 국화를 닮았다. 때가 되면 어디선가 피고 또 때가 되면 어디선가 진다.

그 누구도 자연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다. 우린 올 한해 무엇을 했을까. 그리고 우리가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겨우내 열기로 가득했던 광장, 심장까지 토해낸 청춘들, 그 때 그 곳에는 정의가 있었고 미래가 있었다.

푸른 꿈과 내일을 향한 무한도전 뿐 아니라 민초들의 외침을 풀어줄 희망도 공존했다. 그러나 그것은 꿈(夢)이었다. 다시 꾸지 말아야 할 꿈이었다. 쑥부쟁이 지고 새로운 밀알을 싹 틔울 때의 뜨거운 가슴은 이제 갔다.

남은 것은 껍데기뿐이다. 재벌에게 뺨을 얻어맞고 머리채를 잡힌 변호사는 재벌을 용서했다. 여의도 정치 양아치들의 세비 인상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은 눈을 감았다. 그만큼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흰 눈이 쌓인 어느 늦은 밤, 필자 일행은 눈꺼풀의 무게를 느끼면서 3차를 시작했다. 한 뼘 크기 작은 맥주와 마른안주 한 접시,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라한 숯 컷들, 그 사이를 비집고 끼어 앉은 이름 모를 여성 하나, 우리는 그렇게 둘러 앉아 세상을 탓하며 연거푸 소맥을 들이켰다. 그 자리에서 이름 모를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취직 할 곳도 없을 뿐더러 사회 양극화가 너무 심해 정말 죽고 싶다"고, 또 "이 짓거리(손님접대)는 누가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느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어쩔 수 없어서 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라고 해서 더 낳을 게 없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젊은 층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 가진 것이라곤 싸구려 월세 방에 강산이 바뀐 자동차 열쇠 하나, 내일을 기다리는 작업복 한 벌이 전부다.

그나마 건설현장도 크게 줄어 일일 노동자의 가슴은 영하의 날씨보다 더 차갑다. 마누라 눈치에, 자식 놈 학비 걱정에 느는 건 한숨뿐이고 기대할 것도 희망도 없다. 우리가 불태운 광장의 촛불이 우리의 시린 가슴을 더욱 짓누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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