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끝났다. 그리고 산·들·바다는 오염됐고 남은 것은 쓰레기와 지역민들의 하소연뿐이다. 가는 곳마다 빈 물병에서부터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에 이르기까지 버려진 양심도 다양하다. 상인들이야 피서객을 상대로 돈을 벌어 좋을지 모르지만 이로 인한 일반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돈으로 환산하지 못할 만큼 팽창했다.

성주면에 거주하는 A씨는 “고성에 악취는 물론이고 천박한 일탈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여름철만 되면 스트레스가 쌓여 죽을 맛”이라고 푸념했다. 여름휴가지 일반 주민들이 겪어야할 일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애완견 배설물에다 술주정은 물론이고, 실종된 공중도덕에 편승한 과도한 스킨십과 지나친 노출은 청소년 교육에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적인 행동은 범죄로까지 이어져 불안감을 키웠다.

일부 상인들의 그릇된 상행위도 문제다. 노골적인 바가지요금은 지역이미지를 해치는 독으로 지적되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있을리 없고 행정기관의 단속은 언제나 형식에 그쳐 그날이 그날이다. 계곡의 경우 물놀이하기 좋은 장소는 상인들의 손아귀에서 부르는 게 값이고, 흐르는 물에 발만 담가도 봉이 김선달의 눈치를 봐야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일부 펜션, 민박, 음식점 등의 횡포는 여름휴가지의 ‘갑’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그늘이 없는 계곡에는 그늘 막을 설치해 자릿세를 받고, 이들 업소 인근에 주차만 해도 잽싸게 쫓아와 주차를 가로막기 일쑤다. 그렇다고 피서객 입장에선 함부로 따질 수도 없다. 시비를 가리게 되면 자칫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터에 텐트를 쳐도 일정 금액을 내야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매점을 이용하려면 시중 물가의 두 배 가까운 금액을 예상해야한다. 이것이 우리가 내세우는 보령지역 여름 휴가지의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