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이 점차 희망이 없는 도시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경제 기반이 열악하다 보니 인구도 감소 할대로 감소했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근근하게 끈을 이어오던 상권은 이미 일몰과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끈긴지 오래고 외식업은 말할 것도 없이 각종 업종이 블랙홀에 빠졌다.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층은 젊은 층대로 보령을 떠나야 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현상은 보령지역 연령별 고용률에서 알 수 있다. 보령시에 따르면 15세부터 29세까지의 고용률은 지난해 기준 37.9%로, 50세부터 64세까지 79.4%의 절반 수준이다. 민선 6기 들어 기업유치 실적도 저조한 실정이다. 보령시는 민선 5기 때 83개의 기업을 유치했으나 민선 6기에는 55개에 머물러 있다. 물론 김동일 시장의 임기가 14개월 정도 남았지만 그 안에 민선 5기 기업유치 실적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령시 살림살이도 달라진 게 없다. 지방세라고 해봐야 연간 800억 원 가량으로 겨우 인건비를 충당하는 게 전부고, 세수가 부족하다보니 주민중심의 다양한 사업들이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보령시는 민선5기 때 4기로부터 물려받은 부채 1585억 원 중 절반 이상인 848억 원을 상환하고 나머지 737억 원은 김동일 號가 떠안았다. 그러나 민선6기 들어 부채 상환이 더디게 진행돼 지난해 말까지 361억5000만원을 갚는데 그쳤으며 아직도 보령시가 갚아야 할 빚은 375억5000 만 원에 달한다.

이 같이 부채상환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지방세 수입도 빤한데다 인구마저 10 만 명 초반으로 내려앉자 보령시는 궁여지책으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내세우며 이런저런 기업을 대상으로 구애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아직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기업이 이전할만한 환경이 충족되지 않는데다 수도권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가동 중인 기업이라고 해봐야 일자리에 한계가 있고 청년들은 자신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어 보령에 미련이 없다.

제도권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사업이 지역발전의 종양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으며, 주민들의 의견이나 행정 여건에 앞서 정치적 유·불리를 먼저 생각하는 선출직들의 의식구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시장과 국회의원이 어느 정당이냐에 따라 사업선정이 갈리고 사람 하나를 쓰더라도 정치색이 작용하다 보니 꾸준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오래전 물 건너간 화상경마장도 김동일 시장의 고집과 정치색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할 스포츠파크 조성 사업도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특정 지역 주민의 표를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이라는 대천-죽정 간 터널사업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반복되는 보령시의 헛발질이 주민갈등을 부추기고 시민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