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시장이 임기 말이 다가오자 다수의 시민정서에 반하는 사업을 추진, 재선을 염두에 둔 무리수란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7일 보령시가 신청한 '보령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의 지방재정 중앙 투자심사 요청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 2015년 8월 이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예산 확보를 위해 2016년 3월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신청했으나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는 같은 해 6월 9일 보령스포츠파크 조성사업과 관련 보령시의 투자요청을 '재검토' 하라며 환송했다.

이후 시는 2016년 11월 말 다시 행자부에 규모를 축소해 심사를 요청했으며, 행자부는 올 3월 초 이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행자부가 제시한 조건에 따르면 ▲연차별 국·도비 지원계획 확정 후 시비 추가 부담이 발생하면 가용 재원 범위 내에서 우선 편성하고 ▲축구장은 이용객 전망 등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산정해 축소 검토해야 하며 ▲실시설계 완료 후 계약체결 이전에 2단계 심사를 이행할 것 등이다.

보령시 관계자는 “행자부의 이러한 조건은 통상적으로 판단할 때 실질적인 승인으로 보아야 한다.”며 “부수적인 조건들은 사업 진행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보령시가 이번에 행자부에 신청한 '보령스포츠파크'는 오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대천해수욕장 일원 신흑동에 11만938㎡ 규모로 축구장 5면, 다목적체육관(씨름+유도), 하프 돔, 클럽하우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비 116억 등 모두 232억 원을 투입된다.

당초 면적 328,714㎡(신흑동지구 94,278㎡, 남포지구 234,436㎡)에 축구장 (6면), 하프 돔(2동), 야구장(2면), 씨름장, 유도장 등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남포지구를 제외하는 등 규모를 축소했으며 사업비도 줄었다. 보령시는 최초 계획안에서 사업에 소요되는 총 예산은 395억 원이며, 이중 152억 원은 시비로 나머지 243억 원은 국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 같이 시업 규모가 축소되고 예산도 감소했지만 '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하프 돔을 포함, 5면에 달하는 축구장이 조성됐을 때 이를 이용하는 팀들로부터 징수하는 이용료만을 가지고 '스포츠파크'에 소요되는 운영비(시설 유지비, 인건비 등)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의 주장대로 실업팀이나 대학팀들이 보령으로 전지훈련을 온다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전지훈련에 필요한 숙식과 부대시설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업비를 줄이다보니 이러한 시설들이 뒤로 밀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생활체육인을 위한 공간인지 엘리트체육인들을 위한 공간인지 구분조차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투자 예산과 사업의 규모 및 적정성, 주변 환경 등 전체적인 사정이 이 같이 취약하다 보니 시민사회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제 2의 ‘화상경마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또 다시 시민들의 갈등과 반목이 재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 투입의 적정성과 한계

이와 별개로 '보령스포츠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비 확보'라는 또 다른 산맥을 넘어야 한다. 도비를 확보 할 수 없다면 행자부에서 요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령시는 '보령스포츠파크 조성사업'과 관련 충남도에 2018년도부터 시작되는 제3기 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스포츠파크 조성을 위한 보령시 추정 총예산 232억 원 중 국비가 116억 원이며, 이를 제외한 116억 원을 충남도와 보령시가 나눠 부담하게 된다. 보령시는 이중 충남도에서 지원하는 약 60 여 억 원을 이 균형발전 특별회계사업으로 지원받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보령시의 이 같은 계획은 2008년부터 시작돼 지난 10년간 진행된 충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의 한계이자 명백한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있어 과연 도비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충남발전연구원은 이 같은 사례를 분석하면서 “도비는 국가예산(지역발전특별회계) 확보용으로 전환되거나 시·군의 대규모 사업을 위한 쌈짓돈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대부분의 균형발전 사업이 시설 위주의 하드웨어 중심으로 집중되다 보니 선출직 단체장들의 치적 쌓기로 전락하는 사례가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즉, 보령시처럼 보령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나 생활개선, 일자리 창출 등이 아닌 선거를 앞두고 임기 말을 맞이하는 지자체장들의 생색내기용 사업에 이 예산이 사용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충고다.

충남도 균형발전특별위원회 관계자는 "균형발전특별회계는 낙후된 시군에 도비를 지원할 때는 그 지역의 시·군민들이 삶의 질 향상, 생활개선, 일거리 창출 측면에서 지원해 균형 발전을 이루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시장·군수의 생색내기 사업에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속적으로 운영비를 충당해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결국 시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면서 "이런 사업에 도비가 투입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동의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