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대박'과 '한방'에 익숙해 있다. 복권당첨으로 대박을 기대하고, 특정 사업으로 한방을 꿈꾸며 살아간다. 로또복권 한 줄에 대박이 있고 그 속에 희망이 있다. 그리고 그 한 줄에 일주일 내내 가슴 벅찬 설렘이 존재한다. 재벌들이 청와대에 수백억을 바치고 고위 공직자가 수억원의 뇌물 사건에 연루되는 등의 일들이 빈번하다 보니 이 같이 '대박'과 '한방'을 꿈꾸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으며, 느림의 미학은 실종됐다.

정목(승려·방송인)의 평소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는 2012년 출간됐으나 1년도 안 돼 50만부 이상이 팔려 나갔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의 주변 구석구석을 한 번 더 돌아보게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며, 우리가 늘 마주치고 늘 겪게 되는 다양한 삶의 주제를 지극히 보편적 측면에서 다룬 것이 특징이다.

소설 ‘야간비행’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생텍쥐페리(프랑스 1900, 6, 29-1944, 7, 31)의 ‘어린왕자’와 같이 순수함과 난해한 점이 없다는 것도 감동 그 자체란 평가를 받았으며 책이 지니고 있는 서술 하나하나에서 인간의 삶과 비움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정목은 이 저서를 통해 부와 명예를 좇아 앞만 보고 질주하는 많은 이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전달하면서 ‘달팽이가 느려도 결코 느리지 않다’는 철학과 미학을 그렸다.

정목은 “빠른 속도로 질주하듯이 달리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면 속도 중독증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된다.”며 “우리가 행복이라고 믿는 것은 많은 경우 행복이 아니라 어리석은 욕심일 때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매일매일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 내거나, 풀과 꽃과 바람과 물소리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기적 속에 살고 있지는 않느냐”고.

그날그날에 충실하면서 주변 환경을 돌아보고 그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 그것이 곧 행복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해 늘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지적일 수 있다. 오로지 부와 권력에 포로가 된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짚어보고, 작금의 세태를 돌아보는 에세이로 손색이 없으며, 설 명절 선물로 적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