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산의 위기
 한국의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 출산율)가 2015년에 1.24명. 첫 자녀 출산 연령도 31.2세. 이 것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란다. OECD 평균 수준은 1.68명. 이런 추세라면 2300년 이면 한민족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정부는 2005년부터 매 년 10월 10일을 임산부의 날로 제정하여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학교 공부 시키는 일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만큼 힘들기”때문이라 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이 말이 100% 정답일 수 있을까? 솔직히 어느 시대는 어려운 적이 없었던가?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할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도 묻고 싶다.

■ 내가 여자라면
 결혼 안 한다. 애기 낳고 싶으면 정자은행에서 우수한 유전자 하나 고르고, 시험관 아기라는 체외수정을 통해 하나도 아닌 두 세명 씩 아이를 얻겠다. 경제적 수입이 보장되고 치안과 보건의료가 어느 정도 정비된 사회이면, 여자 혼자서 충분히 살 수 있다. 남자가 필요하면 애완견이 있듯이 애완남을 거느리면 된다. 굳이 결혼을 해서 전통 사회의 관념이 남아 있는 가족의 울타리에 묶여 에먼 글먼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사회의 동력이 떨어진다고 우려 하지만 개방적인 이민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나라에 젊은 사람이 적지만 지구에는 70억 인구가 있다. 애인이 살아 있는 생명체일 필요는 없다. AI와 로봇이 결합된 스마트한 도움남을 구입하면 된다. 우리 뇌는 바보라 오감으로 자극을 계속 주면 그게 사실인줄 알고 즐거워 할 것이 뻔하다.

■ 전통 사회에서 결혼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진화 생물학은 유전자의 자기 복제라는 사명에 복무하기 위해서 운반체로서 인간 개체가 수고를 아끼지 않은 것이 결혼이라고 본다. 그러나 개체의 입장에서자신을 부양할 자식이 필요했기에, 서로 도움을 줄 배우자가 필요했기에 결혼을 했다.
 문제는 보다 나은 배우자를 원했기에 서로 썸을 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인간의 성적 습성이 진화했을 것이다. 책에서는 인간의 성적 특성을 이렇게 나열하고 있다. ‘장기적인 성적 배우자 관계, 부부의 공동 양육, 다른 부부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 여성의 배란 신호가 드러나지 않는 것, 여성이 배란기가 아닐 때에도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점, 즐거움을 위해 섹스를 하는 것, 여성의 폐경이 있다는 것’
 700만년에 걸친 인간의 진화 동안 수 많은 곡절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선조들은 지금의 우리들을 만들어 냈다.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위의 진화적 속성을 우리의 후손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 내가 몇 백년 후의 남자라면
  결혼 안 한다. 여성이 없이도 내 자식을 만들 수 있다. 호르몬 치료로 내 젖가슴에서 유즙을 분비할 수 도 있다. 자식과의 유대감이 젖을 주는 모성에 있다면 남자에게도 충분히 있다. 해부학적으로 생리학적으로 남자도 유즙을 분비할 수 있으니까. 성적 파트너는 위에 여자의 조건에서 언급했듯이 남자도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 그럼에도 지금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지지고 볶고 사는 것이 좋다. 지금 현재 나에게는 말이다. 적어도 내 씨를 받은 아이는 내가 부모님을 끝까지 봉양하겠다는 결의만큼 나에게도 잘해 줄 것이라 믿는다. 그 아이의 씨를 받은 또 다른 아이를 나는 손주라고 좋아라 하며 봐 줄 각오도 되어 있다.
 섹스의 진화라는 책에 설명되어 있는 인간의 성적 특성에 복무할 용의가 나에게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미래의 새로운 인간형들도 나처럼 살 것이라 쉽게 생각할 수 없다. 그들에게 진화적 압박을 이겨낼 문명과 과학의 힘이 있으니까. 다만 진화적 압박을 이겨내는 실제만큼, 우리 유전자의 명령을 거부하며 들 수 밖에 없는 심리적 압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문제는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출산율 저하는 진화적 압박에 저항하는 데이터는 아닐지. 그와 동시에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은 미래의 변화에 대한 심리적 압박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