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종철 논설주간

아무리 지도자가 훌륭해도 주변에는 항상 소인배가 들끓기 마련이다. 다스리는 일은 결과적으로 용인(用人)인데. 이 용인의 첫 번째 요소가 소인들로부터 인재를 가려내는 일이다.

조선조 실학자 순암 안정복(順菴 安鼎福)은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멀리해야할 세 가지 타입의 관리로 세리(勢吏). 능리(能吏), 탐리(貪吏)를 꼽았다. 권세를 믿고 멋대로 조종해서 자기 명리(名利)만 쫓는 자인 세리(勢吏), 윗사람을 능숙하게 섬겨 총애를 잡고 재주를 부려 명예를 일삼는 자인 능리(能吏), 백가지 계교로 교묘히 사리(私利)를 구하고 자기 몸만 살찌게 하는 자인 탐리(貪吏)를 그는 경계했다.

같은 맥락에서 율곡 이이(栗谷 李珥)는 세 가지 타입의 현명한 신하를 꼽았다. 도덕이 몸에 배어 임금을 섬기고 백성을 편하게 하며 정도(正道)를 행하는 신하인 대신(大臣), 간절히 나라를 걱정하면서 자기를 돌보지 않고 정성을 다해 백성을 보호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신하인 충신(忠臣), 항상 자기 직분과 능력을 생각해 그릇 크기는 경국(經國)에 미치지 못해도 재능하나의 관직은 맡을 만한 신하인 간신(幹臣) 등이 그것이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군주가 잊어서는 안 될 교훈 중 하나로 "아첨(阿諂) 잘하는 자는 충성스럽지 못하고, 간쟁(諫諍 : 국왕의 과오나 비행을 비판하는 사람)하기 좋아하는 자는 배반하지 않는다. 이 점을 잘 살피면 실수하는 일이 적을 것이다.". '목민심서'에 기록돼 있다.

요즘 시국을 만든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세상이 시끄럽다보니 박정희와 최태민과의 관계에서부터 현재 박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가와 시궁창 이야기가 끝이 없다. 한 때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옷자락만 봐도 입가에 웃음을 지었고, 그의 얼굴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 다르다. 인간은 간사하고 현대인의 머리는 명석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일찍이 머리가 좋다거나 지혜가 풍부하다거나 또는 사람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용인(用人)에 실패했고, 그 실패는 세리(勢吏). 능리(能吏), 탐리(貪吏)를 양산했다. 평소 덕이 부족하고 스스로가 세상 보는 눈이 희미하고, 군주로서의 능력을 쌓은 게 없다보니 옆에 대신(大臣)과 충신(忠臣)과 간신(幹臣)을 두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세상은 혼란에 빠졌고 간쟁(諫諍)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