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특권’놀이에 재미가 붙었다. 누구를 위한 정당이고 누구를 위한 국회고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을 위해 스스로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20대 국회가 ‘도로 19대’란 오명을 자처했다. 변화와 혁신을 노래했던 안철수와 천정배는 국민의 당이 총선과 관련해 부조리가 드러나자 약삭빠르게 대표직을 내놨고 서응교의원의 가족·친척 채용 논란에 이어 표창원·조응천·김동철의원 등은 면책특권에 기댄 허위 폭로와 부적절한 발언으로 공분을 넘어섰다.

야당의 보좌관 채용 문제를 꼬집던 새누리당은 색조정치의 달인답게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재빠르게 입장을 바꿨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으로 망신살이 자신들에게 옮겨오자 친인척 보좌진을 줄줄이 내보는 등 꼬리를 내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는 “특권은 국민의 회초리가 돼야 한다.”며 목에 힘을 주면서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우상호의 이 같은 주장에 커튼 뒤에 숨은 여야 의원들은 속으로 쾌재를 외치는 모양새다.

수십조를 날린 이명박의 자원외교,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 구멍 뚫린 안보 및 실패한 대북정책 등에 대해 제대로 짚어보고, 청문회나 국정감사라도 실시해 ‘이명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생각은 뒷전인 채 허구한 날 구태정치를 일삼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닌데 자기들 스스로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는 등 19대 국회의 답습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 해 놓고, 뒤에서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인격을 갖춘 정치인이 없다보니 이 모양 이 꼴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그릇도 안 되는 인물에게 정치색에 따라 표를 주다보니 이 같은 현상이 나왔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죄로 내팽개친 유승민을 복당시킨 새누리당의 현재 모습이다.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유승민을 꼽더니 이제는 그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유승민과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식의 천연덕스러움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크게 인상해 세수를 충당하는 나약함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소주 값이다. 지난해 말 주류업체들의 인상 발표에 따라 1분기에 이어 이번에 또 12,5%나 올랐다. 소주 한잔에는 노동자 농민의 애환과 서민들의 이야기가 있고 추억이 깃들어 있다. 이 같은 담론을 간직한 소주 값이 계속 치솟는 추세다. 물가 관리에 소극적인 정부는 물론이고 3류 정치꾼들의 무능과 특권 놀이가 부른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