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쪽이 아니라 저 쪽을 선택한 여행지 히말라야와 네팔
 작가는 현재 내가 알기로 예순에 가까운 나이를 가지고 있다. 그의 나이 서른 여섯에 인도로 떠났다. 이후 이십여 년을 매년 몇 개월씩 히말라야를 찾았다. 여행의 길이며, 구도의 길이었다. 그리고 책을 내기 시작했다. <강 린포체>,<히말라야 있거나 혹은 없거나>,<시킴 히말라야>,<가르왈 히말라야>.이번 책 이후에도 펀잡,아쌈,부탄 히말라야라는 책이 기획되어 있다.
 철학자 강 신주는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지금 내가 사는 이 곳을 떠나 낯섬을 느끼고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방점이 여기에 있다. 임 현담은 여행이 구도의 길이었다. 애초에 목표가 이 곳이 아니라 저 곳이었다. 이 곳은 사람 살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찌하랴. 업이 여기에 있거늘. 하여 그는 종교적 자연주의자로서 천주교에서 힌두교로,다시 티벳불교로 마음의 성지를 갈아 탔다. 그 쪽의 마음으로 이 쪽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방점이 저 쪽에 있었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여느 여행서와 다르다. 이 쪽을 성찰하는 방편으로 저 쪽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저 쪽에 깊이 들어가 있다. 네팔의 신화와 역사, 지리와 문화재를 소개함에 추상과 피상을 허락하지 않는다. 신화의 처음과 역사의 끝을 훓고, 그 의미하는 바를 네팔의 지형과 유적에 살포시 얹혀 놓았다.
 읽는 이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저자의 동선과 시선을 쫓아가야 한다. 잘못하면 길을 잃는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독서다. 그러나 장담한다. 독자가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네팔의 아름다움이, 이십여 년 고구분투한 저자의 무등을 타고 그 고갱이를 가슴에 담았음을.    

■ 카트만두의 다섯 봉우리
 우선, 저자는 네팔을 둘러싸고 있는 다섯 봉우리를 이야기 한다. 나가르준,참파데비,풀초키,쉬바푸리,그리고 나가르코트. 이 산들을 오르며 겁의 단위로 전개되는 붓다의 흔적을 찾아낸다. 먼 옛날 카트만두는 커다란 호수였다. 91겁 전에 위빳시 붓다가 나가르준에 올라 호수에 연꽃을 던졌다. 연꽃은 생명을 상징한다. 31겁 전에 시키붓다는 참파데비에 올라 호수에 빛을 발하게 하였고, 웻사부 붓다가 풀초키에 올라 호수가 분지가 될 것을 예언했다. 이에 만주스리(문수보살)가 히말라야를 넘어와 이 분지에 생명과 질서를 만들었다. 칸트만두에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까지 불교의 신화가 관여한다.

■ 불교와 힌두교의 공존
 그러나 네팔은 역사적으로 힌두교의 영향을 더 받았다. 두 종교는 네팔이라는 틀에 융합되어 공존하고 있다. 이 것이 네팔의 장점이다. 모든 유적에는 불교와 힌두의 신들이 관여되어 있다. 공존하기도 하고 서로 친권을 주장하면서 말이다. 보다나트대탑은 불교 신자에게, 스왐부나트는 힌두신자의 기도처로 나뉘어 있기도 하다. 역대 왕조들도 힌두교와 불교 사이를 오갔다. 그러나 이들 종교는 투쟁하고 대립한 것이 아니라 네팔이라는 틀에 섞여 그들 만의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 갔다고 한다. 

■ 카트만두의 세 왕국
  카트만두 분지에는 기원전 3,5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기원전 700년경부터 역사시대를 이루었다. 1400년경에 이르러 박타푸르,랄릿푸르,칸티푸르왕국으로 나뉘어 황금시대를 열었다 한다. 1768년 카트만두 외곽에 있던 고르카왕조의 ‘나라얀 샤’왕에 의해 세 왕국이 점령되면서 현재 네팔의 기초가 만들어졌다. 2008년 왕정이 물러 나고, 현재 공화제도의 골격을 만들어 가고 있다. 
 카트만두는 서울의 면적 정도 되고, 정치 문화적으로 세 곳으로 나뉘어 있다. 칸티푸르에 100만, 랄릿푸르에 50만,박타푸르에 30만 정도. 약 2백만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5층 이상 건물이 드문 것을 고려하면 인구밀도가 높다고 한다. 
 저자는 세 왕조의 중심지를 돌아 보면서 유적에 얽힌 신화와 풍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내가 더마르 광장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가 된다.

■ 중요한 것은 이 것!
 글을 읽다 보면 저자의 생각을 엿듣게 된다. 지난 삶의 흔적도 보게 된다. 특별하다면 특별한 그의 삶과 성찰에 우리의 삶을 비유해보는 바도 독서의 즐거움이 되겠다. 바로 새로운길을 가는 순례자의 무등에 타서 내 삶을 성찰하는 기회. 책 값이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