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의 필요성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은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기준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1948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948년 건국론'이 이번에 새롭게 쓰려하는 역사교과서의 핵심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뉴라이트 진영에서는 2000년대 이후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시점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못 박으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실제로 '1945년 광복 후부터 1948년까지 신탁통치를 반대하거나 대한민국을 건국하기 위해 활동한 건국 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하여 국가가 적정한 서훈과 응분의 예우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건국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2003년, 2006년, 2008년에 걸쳐 3번이나 국회에 제출됐다. 

그럼 이같은 내용과 박근혜 대통령과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결국은 과거 청산 작업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1948년 이라고 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천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만주군 장교로 독립군을 탄압했던 일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런 과거들이 현재 우리 국사교과서에 고스란히 실려있다고 한다면, 이후 만들어지는 국정화 국사교과서에는 이런 내용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1948년이 된다면 이전까지의 친일행적들이 국가나 민족을 배신한 것이 아니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친일세력의 후손이나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주장처럼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라는 주장이 정점을 찍은 시점은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건국 60년'을 선포하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2008년이다. 당시 이 의견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그러나 이 말도 안되는 소리는 올해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건국 67주년'을 언급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위기를 맡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 말에 이어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과 황교안 총리가 현행 교과서들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비판하면서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건국 67년'을 언급한 직후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대한민국 건국시점은 '3·1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이라는 응답(63.9%)이 '남한정부가 수립된 1948년'이라는 답(21.0%)보다 3배에 달했다. 헌법과 역사적 사료, 여론에서도 '1919년 건국'은 견고하다.

그러면 왜 박근혜 대통령과 뉴라이트는 집요하게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주장하는 것일까?

역사학계에선 1948년 건국을 받아들이면 해방 이전까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역사는 대한민국과는 거리가 먼 과거의 문제로 끊어지거나 축소되고, 1945년 해방 후 친일세력들이 오히려 건국 유공자로 신분 세탁이 가능해직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건국론과 임시정부의 법통, 친일과 독립운동의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 친일파들이 건국에 대한 공로로 받은 훈장들도 유지가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