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국토계획에서 제시한 환황해권축에 대한 개발계획이 밑그림이 모습을 드러낸 ‘서해안고속도로 주변지역 개발사업’ 지역공청회장은 보령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한 단면을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서산시청 별관 3층 회의실은 해당 6개 시·군에서 참석한 관계 공무원, 시의회 관계자, 학계 전문가, 시민 등 3백여명이 참석해 이번 개발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보령시에서는 관계 공무원, 시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으나, 일반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청회를 앞두고 관계 공무원과 일부 시의원, 지정토론자 등이 현재까지의 경과를 되짚어 보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등 이번 ‘서해안고속도로 주변지역 개발사업’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보였으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의견을 모으기에는 시간과 자료가 충분치 않았다. 이에 비해 서산시를 비롯한 타 시·군에서는 대학교수, 시민단체 관계자, 지역원로, 시민 등이 대거 참석해 각자의 역할을 정하는 등 사전에 잘 짜여진 팀웍을 보여줘 대조를 이뤘다.
물론 관계 공무원들의 노력으로 보령시에서 반영을 요구한 대부분의 사업이 반영됐고, 이와 연계된 ‘충청남도 3차 개발계획’에는 장밋빛 청사진까지 포함돼 있어 타 시·군에 비해 다소 느긋한 입장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청회 과정에서도 제기된 바와 같이 도서지역을 포함한 해양분야의 개발계획이 미흡한 것과 ‘항만육성’을 둘러싼 시·군간의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 ‘보령신항’의 입지를 확실히 하지 못한 측면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밖에도 대우사태 이후의 관창공단 활성화 대책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지역의 장기발전 전략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이며, 평소 지역의 장기발전 전략에 대한 폭넓은 의견수렴과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실무 공무원들 사이에서 각 분야에 대한 정책적 토론이 이어지고 있으며, 보령시의회에서도 지역의 장기발전 전략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여간 다행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민간분야의 인력풀(Pool) 활용이 시급하다. 민간분야는 보다 자유로운 사고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 공직사회에 신선한 자극요소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에도 유리하다. 또한 정책의 수행측면에서도 큰 추진력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내에 흩어져 있는 직능별, 지역별 민간분야의 전문인력을 발굴해 이들을 하나의 정책그룹으로 육성해야 한다. 덧붙여 행정·입법·사법·언론과 함께 제5부로 불릴만큼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활성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역내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문화·봉사분야에서 활동이 집중됐으나, 이제는 정책적인 분야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또한 지역 내 유일한 대학기관이면서도 이공계열이라는 점에서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대천대학의 전문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가진 인력풀을 활용해 학계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경쟁력있는 논리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같은 논의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령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각종 위원회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활동이 전무하거나 시대적 환경에 맞지 않는 위원회를 과감히 정리하고, 실무 공무원, 시의회 관계자, 학계 전문가, 시민 등이 참여하는 실천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지원, 육성함으로써 지역의 장기발전 전략을 도출해 내야 한다. 이와함께 이런 논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에서 가진 정보를 과감히 공유해야 한다. 확보된 정보의 양이 서로 다르거나 핵심적인 정보가 차단돼 있다면 이런 노력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지금은 그 누구도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 될수록 경쟁력을 가진 지역만이 생존할 수 있다. 이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고 살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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