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 사이에선 일선 지구대나 파출소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밤샘근무가 힘든 것도 이유지만, 주취자 상대하기가 피곤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들이 공권력을 경시하는 데는 역사적,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제시대 헌병경찰은 제국주의의 앞잡이로, 죄 없는 국민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았다. 일본 순사의 이미지가 우리나라 경찰 이미지로 왜곡된 것이다. 그 이후 근대화 시절 정권의 하수인 노릇, 민주화운동을 탄압하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민주화 분위기가 급진전 되면서 국가체제, 사회치안 유지라는 막중한 임무를 해낸 반면, 민주화 의지를 억누르는 역할을 맡아 왔기 때문에 미움의 대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울산 중부경찰서는 술에 취해 경찰 순찰차량을 부순 박모(43)씨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5월 13일 오후 9시35분께 콘크리트 덩어리를 중구 모 지구대 앞에 세워져 있는 경찰 112순찰차의 앞 유리창에 던져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술에 취한 박씨는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며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박씨는 이전에도 술에 취하면 지구대 순찰차량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해 처벌 받은 전력이 있었다. 술에 취한 채 관공서에서 난동을 부린 40대 남자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찰에 구속된 것이다.  작년 5월 하남경찰서는 술에 취해 주민자치센터와 하남시청 등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고함을 지르는 등 소란을 부려 온 혐의(경범죄처벌법 등)로 K씨(48ㆍ무직)를 구속했다. 작년 5월 경범죄처벌법 개정 이후 ‘관공서 주취소란 조항’ 등을 적용해 구속한 것은 전국 일선 경찰서 가운데 최초다. 경찰에 따르면 K씨는 지난 14일 낮 12시15분께 술에 취해 신장1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자신이 자활 근로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를 따지는 등 15분가량 행패를 부리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대해 그동안 관대하던 우리 사회에서 지난 해 5월 경범죄처벌법을 개정하여 ‘관공서에서의 주취 소란 행위’에 대해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로 처벌하도록 강화하여 현행범 체포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상습적, 집단으로 흉기를 소지하는 경우 엄정 대응하여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령 개정 및 홍보에도 불구하고 관공서 내에서의 주취 소란·난동행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지난해 상반기 395건에서 하반기 739건으로 25% 증가하였으며, 경찰관 폭행 등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된 건수는 같은 기간 6,199건에서 7,216건으로 16% 증가했다.
경찰은 또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공무집행방해죄로 1135명을 검거했고 그 중 6.7%인 76명을 구속했으며 경찰관상대 모욕은 105건, 순찰차량 방화는 31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공권력이 경시되면 그 만큼 공무원 수준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것이고, 낮은 서비스는 국민이 고스란히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침체에 빠져있는 시기에 더 이상 집안싸움은 그만둬야 한다. 해경을 비롯한 공무원 모두는 무한책임으로 반성해야하고, 국민과 공무원이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속히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