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우리는 왜 보령지역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
우리는 역사 학습을 통해 우리 조상들이 이루어 놓은 역사를 바르게 이해하고,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인간적 성숙을 돕고, 민족의 주체성을 가지고 외부 세계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려는 개방적 민족주의를 지향하려 한다. 그러나 막상 역사학습이라고 하면 중앙에서 이루어진 역사나, 아니면 너무나 잘 알려진 유적지 유물에 대한 학습이 역사 학습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보령지역은 역사적으로 항상 중앙에서 멀리 떨어진 해안의 한 변방에 불과했고, 한번도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에 서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역사를 가진 지역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역사라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발자취이지 그것이 어느 특정한 지역, 특정한 인물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의 조상들은 이 땅에서 삶을 영위해 왔고, 그것이 바로 우리의 역사일진대 단지 교과서나 다른 기록물에 나타나지 않았을 따름이다.
따라서 우리 보령인들은 보령지역의 옛 조상들의 발자취를 찾아보고 공부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바른 역사 학습의 첫 단계인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보령지역의 역사가 조금씩 축적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역민 모두에게 향토애를 함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주인 의식을 가지고 우리 고장 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보령을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아는 만큼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 것을 알고 내 것의 자랑스러움을 느낄 때 그만큼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의 발전과 지역의 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곧 국가 발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내 것, 우리 것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 보령인 모두가 보령지역에서 태어나 보령에서 성장하고 앞으로도 보령에서 살아갈 사람들인 만큼 우리 보령지역 조상들의 발자취를 많은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고 공부하여 보령의 주인이라는 자랑스런 자부심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보령시민이 되는 것이 바로 ‘보령 사랑’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Ⅱ. 선사시대의 보령
우리나라 구석기시대에 사람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구석기시대의 유적지가 전국적으로 발견되고, 특히 충남 공주 석장리는 보령과 가장 가까운 구석기 유적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보령지역에서는 구석기시대의 유적지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령지역에 언제부터 인류가 거주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무렵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차츰 따뜻해지면서 구석기시대가 끝나고 신석기시대가 도래했는데, 신석기시대는 빗살무늬토기와 간석기를 사용해 농경과 어로를 하며, 주로 사람들이 해안이나 강가에서 거주했다.
보령은 해안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많은 신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견되었으니, 원산도·호도·삽시도·녹도·외연도의 패총(조개무지)과, 주포·주교에서의 신석기시대의 주거지인 움집터와 빗살무늬토기 등이 대표적이다. 보령지역에 살았던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냥과 채집 원시농경을 주로 하는 경제방식을 유지했고 육상자원과 해양자원을 계절에 따라 이용하는 생존 전략을 채용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보령지역의 청동기 문화는 이시기를 대표하는 유적인 고인돌의 분포가 약 270여기 이상이 확인되어 충남 최대의 밀집분포를 이루고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청동기시대는 많은 사람들이 보령지역에 거주했던 것이다.
이들 고인돌은 주로 산기슭 구릉지대와 하천주변에 형성된 충적평야 등지에 위치하고 있다.
10여기 정도가 북방식이고 나머지는 거의 남방식이다. 주 분포지역은 주포면 연지리, 주교면 신대리, 남포면 신흥리·양기리·소송리, 웅천읍 죽청리·황교리, 주산면 창암리, 미산면 평라리가 대표적이다. 이 고인돌과 함께 청동기시대인의 주거유적도 많이 발견되었는데 오천면 교성리, 주교면 관창리, 주포면 관산리, 주산면 유곡리,미산면 평라리 등이다.
Ⅲ. 삼국시대의 보령
보령지역은 삼한시대는 마한 54개국 중 만로국에 속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며, 삼국시대는 백제의 통치아래 놓이게된다. 보령지역은 백제시대 동안 행정구역이 크게 두 지역으로 구분되었는데, 현재의 웅천읍과 남포면을 중심으로 하는 남부 지역은 사포현(寺浦縣), 주포면을 중심으로 한 북부지역은 신촌현(新村縣)이었다. 이런 구분은 보령이 백제시대 이래로 지리적으로 두 지역으로 구분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고려·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구분의 전통은 계속되었던 것이다.
백제시대의 보령지역의 역사를 알려주는 것으로는 절터, 산성, 고분 등이다.
백제시대 보령의 대표적 절터로는 오합사(烏合寺)를 들 수 있다. 현재 성주에 있는 성주사지가 백제시대에는 오합사였으며, 이 오합사는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의 원혼을 달래는 사찰이었으니 오늘날의 국립묘지와 성격이 비슷하다 할 것이다. 백제가 이러한 국가적으로 중요한 절을 보령 성주에 세운 것은 종교적 이유도 있을 것이지만, 백제의 수도인 사비성(현재의 부여)에서 서북쪽의 해안으로 통하는 교통로의 길목이라는 지리적 이유를 중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백제시대의 보령은 수도 사비성의 서해안쪽의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한 중요한 지역이었던 것이다.
백제의 산성유적은 주포의 고남산성과, 아현산성, 진당산성, 남포의 대봉산성 달산리산성, 웅천의 수부리산성, 대천리산성, 운봉산성, 주산의 창암리산성, 황율리산성 등인데, 이들 산성들은 백제시대에 있어서 보령지역의 중요성을 시사하면서 보령이 백제의 지방통치체제 아래 직접 편입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백제가 보령지역을 근거지로 서해방비에 주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백제 고분도 상당수 발견되는데 오천 갈현리, 주포 보령리·연지리, 대천의 명천동, 웅천 노천리·구룡리, 미산 봉성리·대농리, 주산 유곡리·창암리 등이다.
보령지역에서 이제까지 확인된 백제시대의 유적은 백제의 수도인 공주와 부여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숫자가 발견되었다.
이러한 오합사의 창건과 고분 및 성의 배치 등을 고려하면 백제시대 보령지역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백제가 중국이나 일본과 교류를 위해서는 차령산맥을 넘어 서해안에 이르는 관문지역인 보령을 중시할 수 밖에 없는 당시의 정치·경제·지리적 요인을 반영하고있는 것이다.
Ⅳ. 통일신라시대의 보령
통일신라시대에 들어와서 북부지역은 신읍현(新邑縣), 남부지역은 남포현(藍浦縣)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보령지역은 계속 두 지역으로 구분된다.
이 시대의 보령지역은 성주사의 기능으로 대표된다. 신라시대 불교계의 새로운 동향은 선종(禪宗)의 유행이었는데 선종은 문자를 가지고 가르침에 의해 깨달음을 얻는 종전의 교종(敎宗)불교에 대항하여, 복잡한 교리를 떠나서 스스로의 참선과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불성(佛性)을 깨달을 수 있고, 크게 깨우치면 하나의 독자적 문파(門派)를 형성할 수 있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불교이다. 이것이 크게 발달하여 전국에 선종9산파를 형성했다. 이 선종불교는 왕권강화논리에 바탕을 둔 교종불교에 대한 도전이며 전제왕권을 부인하는 성격을 지녀 중앙 귀족들에 의해 배척되어 수도 경주에서 멀리 떨어진 심산유곡에 사찰을 건립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당시 중앙귀족이나 왕권에 대립하던 지방세력인 지방호족들에게는 큰 환영을 받았는데 선종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중앙집권적 지배체제에 반항하여 일어난 호족들에게는 그들이 독립할 수 있는 사상적 근거를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선종9산파 중 호서지역(충청서부지역)에 선풍(禪風)을 선양한 것은 무염(無染 800∼888)이 보령 성주에 개창한 성주산파였다. 무염은 당나라에 가서 마곡보철이라는 큰스님으로부터 선종의 불법을 전수 받아와 보령에 성주산파를 개창하고 여기에 주석하여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최치원이 지은 무염대사의 행적을 기록한 낭혜화상비문(국보8호)에 의하면 당시 지식인으로 성주산문을 모르면 일세의 수치로 여겼고, 천하에 최고의 산문이었으며, 제자가 2000여인에 이른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신라의 왕실에서도 토지를 하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성주산파를 지원해주게 되었고, 왕들은 무염대사를 궁중으로 초청하여 여러 가지 조언을 요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무염대사의 선종불교에 바탕을 둔 개혁적 사상은 그 뒤 무염의 제자들인 여엄대사, 대통대사, 현휘대사 등에게 이어졌다. 이들은 호족출신으로 고려를 건국한 왕건에 의해 고려 수도 개경에 국사(國師)로 초대되어 고려왕조 개창과 발전에 사상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역사상 한 시대의 변혁을 주도하는데 크게 기여했던 성주사는 고려시대까지 성주산문의 중심사찰로 기능하여 성주산문 출신 승려들의 단합대회가 열리는 등 크게 번영하다가 조선시대 17세기 초에 폐사되어 현재는 몇 가지의 석조물과 넓은 터만 남아 그 옛날의 화려했던 사실만을 증명해 주고 있다.
Ⅴ.고려시대의 보령
고려시대에 들어와 통일신라시대의 신읍현이 보령현(保寧縣)이 되면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보령’이라는 명칭이 최초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남부지역은 남포현(藍浦縣)이라는 이름이 계속된다.
몽고 침입시 원에 굴복하는 것에 저항했던 삼별초들이 강화도에서 진도,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남포와 보령의 해안 방어 군관을 납치해 가기도 했다. 그리고 삼별초를 진압하기 위해 원산도에서 군선을 만드는 것을 알게된 삼별초들은 원산도에 쳐들어와 기술자들을 살해하고 군선들을 파괴하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성리학이 안향에 의해 처음 소개된 후 남포현 출신의 백이정(白이正)은 원에 직접 가서 성리학을 배워와 신진 사대부들에게 전파해 우리나라 성리학 발달에 커다란 기여를 한 인물이 되었다.
고려말에는 우리나라가 전지역에서 왜구의 침략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남포에도 왜구들이 대대적으로 침범하여 이 일대는 황폐화·무법화 되었다.
왜구들이 10여 년 동안 빈번하게 침입하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아 백성들은 달아나고 마을들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특히 왜구들은 금강하구의 서천포 지역과 웅천천 하구의 남포지역을 교두보로 하여 충청 남서지역을 유린했다.
그리하여 나라에서는 왜구를 막기 위해 웅천 수부리의 남포에 진성(鎭城)을 설치해 왜구를 토벌하고 수비를 철저히 함으로써 백성들이 다시 정착해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때 남포와 보령지역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른 사람으로 김성우 장군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중앙에서 왜구토벌 임무를 띠고 내려와 대천해수욕장 부근, 청라 의평리 등에서 왜구를 크게 무찔렀다고 하며, 그리하여 그의 후손들이 보령지역에 많이 살고 있다.
이처럼 고려시대 남포와 보령지역에 왜구가 창궐하게 된 것은 이 지역 일대가 조운로(수로를 통한 나라의 물자 수송로)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보령지역 앞바다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죽도 앞 바다의 고려청자 매장구역이다. 여기에 고려청자 매장구역이 있다는 것은 보령이나 남포 등이 백제시대 이래로 중국이나 일본과의 교역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교역선과 물품 수송선박의 출입이 빈번하였고 그러한 선박이 해난을 만나 침몰하면서 적재했던 유물이 해저에 매장된 것이다.
(보령의 역사조선시대이후,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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