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식 발행인] =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그의 대표작인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올바른 목민관의 지침을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요즈음의 사목(司牧)이란 자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어떻게 목민(牧民)해야 할 것인가를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백성들은 곤궁하고 병들어 줄을 지어 진구렁에 떨어져 죽는데도 사목된 자들은 바야흐로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에 자기만 살찌고 있으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당시 수령들에 대한 정약용의 외침은 2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에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지닌다.
행정이 주민을 괴롭히는 일이 대책없이 계속되고 있다. 보령시가 도로나 공원 등의 다중 이용시설을 하기 위해 설정한 도시계획이 장기간 미집행되면서 해당 토지 소유주들의 재산권 행사를 막고 있음을 넘어 막심한 피해를 주고있다. 미집행도시계획 가운데는 30년이 넘도록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현재도 시행여부가 불투명한 곳이 적지않다.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이렇게 막아도 되는건지 묻고 싶다.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은 도시환경의 계획적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강제성을 띠고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등 일정부분 간섭을 하게돼 있다.
그러나 도시계획을 세워 30년이 넘게 집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의 간섭, 사유재산의 공공성을 넘어 개인의 재산권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공권력의 횡포다.
30년은 통산 한 세대를 말하는 긴 세월로 이 기간동안 묶어두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평생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것도 집행기관의 감정적·보복적 차원에서 미뤄지고 있다면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그린벨트나 도시계획시설지구 내 재산권이 도시계획상 제약을 받을 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이라는 것이 생겼다.
그렇지만 매수청구권이라는 것도 10년 이상 집행되지 않은 시설 중 대지로 된 지목에 한해서만 허용되고 있어 실효성이 거의 없다. 게다가 보령시의 재정형편상 해당토지를 매수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은 도시계획의 장기미집행으로 피해만 늘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현재 보령시의 10년 이상 묶여있는 도시계획시설은 사유지만 3백2십3만여㎡(약97만7천평)에 약 2천 필지가 있다. 결국 700여 명의 토지주들이 피해를 입고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가운데는 지난 68년에 도시계획이 설정된 이래 이렇게 바꾸고 또 저렇게 바꾸면서 주택의 수리도 못한채 지붕에는 천막으로 몇 겹씩 덮고 살다가 이제는 붕괴의 우려까지 있어 진정서도 제출해 봤지만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또 다시 뒤로 미뤄지는 한심한 행정으로 인해 인명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인명피해가 발생해야 급하다고 판단할 것인지….
사태가 이쯤에 이르렀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으니 이는 합법을 가장한 행정적 횡포다. 보령시는 불합리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과감한 폐지나 조정을 해야한다.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행정 때문에 고통받고 피해당하는 시민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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