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저자인 지은이들이 끈 풀린 풍선처럼 부탄과 일본, 한국을 가로지르며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과 공동체를 만난 후 기술한 글이다.

  1. 부탄
  모든 나라들이 ‘국민총생산’에 목매달 때 부탄이라는 기이한 나라는 ‘국민의 총 행복’에 정책의 우선권을 두었다. ‘치몽’사람들은 마을로 들어오는 진입로 공사를 할 때 “제발 우리 마을 앞으로 도로를 놓지 말아주세요.” 애원하며 공사감독에게 뇌물(?)을 받치기 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들이 도로를 거부한 이유는 땅과 고유한 문화들이 오염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란다.
  그곳은 과학기술의 기계적이고 합리주의적인 세계관 대신, 신화와 상상력이 펄펄뛰며 살아있는 곳이다. 과학기술의 속도와 힘은 우리 몸을 편하게 만들어 줄지는 몰라도 정신 영역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한다. 더 많은 것, 더 빠른 것, 더 큰 것, 더 좋은 것을 바라기 때문에 우리는 늘 ‘현재’를 저당잡혀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버리고, 포기하고, 나누고, 관계 맺는 것이 행복의 키워드는 아닐까 생각한다.

  “텔레비전만 있으면 인종이나 문화나 자라온 배경과는 전혀 상관없이 언젠가는 모두가 비슷한 것들을 원하고 필요로 하게 된다.” 는 미국 경영인의 독설처럼 부탄에서도 불필요한 욕망을 생산하고 확대시키며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 더 일하고, 더 경쟁하는 구조로 점차 향하고 있는 듯 젊은이들이 도시로 향하고 있다.

  2. 홋카이도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에 매달려 자기 안으로 몰입해 간다.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 자체에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긍정교’의 순진한 신도가 되어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간다.
  작가가 만난 홋카이도의 ‘베델’은 장애인들이 약함에 기대어 살아가는 곳으로 ‘이익이 나지 않는 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우리는 왜 강한 척하며 살아가며, 강해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살아남는다고, 약한 모습 따위는 보여서는 안 된다고 되뇌며 살게 될까? 그래서 결국 우리는 약한 이들을 제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차별하고 격리한다. 그리고 그들을 언젠가 사회로 복귀해야만 하는 비정상적인 존재로 규정한다. 이런 생각을 오롯이 거부하는 뇌성마비 시인 후쿠다 미노루씨의 시를 소개한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자신의 시간을 재는 일.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행복하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몸에좋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마음에도 좋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건강하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자연에게 다정해 진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다.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진정한 ‘평화’.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지구를 계속 사랑하는 일.
(중략)
분발하지 않는다는 건, 나다.

  분발해서 열심히 사는 것. 그것만큼 우리의 일상을 강박하는 명제도 흔치 않을 것이다. 가혹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늘 “최선과 열심”을 다하여 산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과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욕심으로부터 한 발자국 벗어난다면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에 한 발자국 다가 설 것이다.

  3. 강원도
  도시의 삶은 스스로의 안목과 재주를 실험하기보다 시장에 나온 물건을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삶이되기 쉽다. 취미활동과 놀이 역시 구매해야 하는 소비재인 것이다. 하지만 강원도 오지에서는 일상의 많은 부분을 몸을 움직이고 손을 써서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 쓰는 삶은 전문가나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삶에 비해 겸손함과 상상력을 불러 일으킨다.

  4. 안동
  우리나라는 현대사회에서 으뜸가는 과잉의 국가다. ‘모자람’이라는 환영에서 도망이라도 치듯이 남아도는 물건과 사물로 온 세계를 뒤덮을 기세다. 그런 우리에게 전통이라 함은 시대변화와 흐름을 읽지 못하고 지적, 정서적 둔감함을 고백하는 단어는 아닐까 한다.
  우리는 흔히 한옥의 아름다움을 예찬하지만 겨울의 추위를 견딜 자신이 없고 한복의 색과 선을 곱다 여기지만 그 불편한 옷을 입고 돌아다닐 자신은 없다. 우리와 전통적 삶 사이의 화해는 위태롭고 피상적이다. 진정한 화해는 그 가치의 일부라도 내 삶에 구현하며 살아갈 때에야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