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에서 설명한 절도·강도·사기·공갈죄는 피해자가 점유하고 있던 재물이 범죄행위를 통하여 범죄자에게로 이전된다.
이와는 달리 기왕에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고 있던 자가 그 재물을 횡령(소비·착복·은닉·처분 등)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58조가 정하는 횡령죄에 해당되고, 횡령죄를 범한 범죄자가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업무상횡령죄에 해당되어 더 중한 처벌을 받게된다.
횡령죄와 관련하여 형법 제360조가 점유 이탈물 횡령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범죄라기보다 오히려 양심적·도의적 자각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우연한 기회에 타인이 잃어버린 물건(표류물, 매장물도 포함)을 습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습득한 사람이 습득물을 소비하면 이 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타인이 잃어버린 거액의 현금이나 귀중품을 습득하여 주인을 찾아주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미담기사의 주인공이 만일 돌려주지 않고 소비해버린 것이 후일 발각된다면 점유 이탈물 횡령죄로 처벌을 받게되는 것이다.
다른 일반적인 범죄들과 달리 악의적인 범죄적 의도없이 한 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위험한 범죄라 할 수 있다. 이 외에 사람의 믿음과 관련한 대표적인 범죄로 형법 제355조가 정하는 배임죄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법률에 의하여 또는 계약에 의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처리하는 타인의 사무가 일시적인 것일 수도 또는 직업일 수도 있을 것인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게 하고, 이로 인하여 본인(사무를 맡긴 자)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배임죄로 처벌받게 되며, 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한 경우에는 업무상배임죄가 되어 중한 처벌을 받게된다.
업무상배임죄는 주로 단체 구성원(공무원, 회사 등)의 직무와 관련하여 흔히 발생하는 데, 직무와 관련하여 뇌물을 주고 받는 경우에는 배임증재죄와 배임수증죄로 각각 처벌을 받게된다. 많은 사람들이 재산관련 범죄에서는 피해자에게 범죄로 취득한 물건이나 이익 전부를 반환하고 합의하면 처벌이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합의를 본다는 것은 형량을 결정하는데 정상참작의 사유가 될 뿐이다. 형법 제328조는 친족간의 범죄와 관련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이미 설명한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죄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호주, 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형을 면제하고, 그 범위를 넘는 기타의 친족간 경우에는 피해자가 고소를 하여야 처벌을 할 수 있다. 형을 면제한다는 것은 범죄는 성립하지만 형의 집행만을 면제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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