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량의 무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기아(hidden hunger)를 해결하기 위하여 농사짓던 시절, 보릿고개가 있었던 1970년대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80.5%였고, 1980년도 56%, 2000년은 29.7%로 매년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렇듯 매년 줄어드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농작물을 경작할 수 있는 재배면적(논과 밭) 확보가 절대적인데, 부모님 세대가 야산을 개간하여 논과 밭으로 만든 땅(다랭이 논, 밭)이 현재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부동산 투기와 무분별한 난개발, 4대강 사업에 따른 농경지 축소 등으로 인하여 경작할 수 있는 논과 밭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경지면적 현황을 보면 1983년 논 131만 6,000ha, 밭 85만 1,000ha로 전체 216만 7,000ha 였는데, 2011년은 논이 96만ha, 밭은 73만 8,000ha로 169만 8,000ha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30년 가까이 감소한 경지 면적이 무려 46만 9,000ha나 된다. 이렇게 줄어드는 농지면적은 쌀 소비 감소 속도를 앞지르고 있어 수입 의존도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논과 밭의 경지면적 감소에 따라 식량 자급률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2008년도 기준 식량 자급률이 25%이다. 이도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은 5%미만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식품의 50% 이상, 주요 곡물의 70%이상을 해외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세계 5위의 식량 수입국이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국가 중 곡물(식량) 자급률이 26위에 해당할 정도로 자급기반이 취약하다. 또한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재고량(각 나라 연간소비량의 18-19% 정도)도 2007년 기준 쌀 13.7%, 밀 11.8%, 옥수수 5.3%, 콩 10.6%에 불과하다.(세계 쌀 재고는 8년 전의 절반수준)  
  그러나 OECD 주요 선진국인 유럽과 북미지역 국가들의 농업은 농업생산력 뿐만 아니라 곡물(식량)자급률도 높다. 자급률 상위 국가는 프랑스를 비롯하여 체코, 헝가리, 독일, 슬로바키아, 스웨덴,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 캐나다 등으로 최고 200%정도의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필리핀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가 70년대 수도작(벼농사)에 대한 기술을 배웠을 정도로 아시아에서 선진화된 농업구조를 가졌던 나라였다. 그리고 쌀 생산량도 좋아서 자급력이 충분했다. 그런데 필리핀은 주변국가로부터 싼 값에 쌀을 사올 수 있게 되어 농업을 포기하고 대신 농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였다.
  그런 결과 지금 필리핀의 쌀값은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등했고, 결국 필리핀의 농업은 황폐화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 역시 필리핀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즉 한ㆍ미 FTA로 우리 농축산업의 생산기반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이는 생명산업인 우리 농업을 포기하는 결과가 되어 향후 우리에게 심각한 위험이 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돈만 있다면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이든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한 착각이다. 휴대폰이나 자동차를 팔아서 식량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과 정부 고위관료가 있다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무능한 공직자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총성 없는 전쟁, 바로 식량전쟁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촌은 기상이변과 자연재해가 계속되고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경작 가능한 농지면적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곡물생산량 변화 추이를 보더라도 2006년 20억 톤으로 2004년 26억 8,000만 톤과 비교하면 25.4%나 줄어들어 세계 곡물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카길, ADM 등과 같은 세계적인 곡물메이저는 인공위성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곡물 경작 상황을 점검하고 흉작이라고 판단하면 곧바로 매점매석에 들어간 다음 가격을 끌어 올리고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의 보고서를 인용해 앞으로 30년 동안 심각한 식량위기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세계적인 식량ㆍ환경 문제 연구기관인 월드워치연구소는 “식량안보에 실패한 나라는 정부 존립기반이 위태롭게 되고 식량안보가 군사안보보다 우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미래 농업과 농업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떠한 가격으로도 충분한 식량을 확보 할수 없을 것이다. 결코 우리는 농업을 포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의 장단기 목표를 설정해 자급능력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또 식량 자급률 제고를 위한 우량 농지(논과 밭)의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농지가 더 이상 감소하지 않도록 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더 나아가 식량안보는 통일대비 중장기적 국가적 과제로서 적정 식량자급 목표를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유사시 모든 골프장에 콩을 재배하도록 계획되어 있는 식량정책이 수립되어 있는데, 우리도 이와 같이 식량안보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경우처럼 농업이 식량안보와 환경보전 및 자연 경관보전(농촌의 전통문화 보전)을 통한 정서적 안정 등 공공재(public goods)로서의 농업의 기능(공익적 기능; 논과 밭의 홍수ㆍ수질ㆍ대기정화 등 경제적 가치 30조원, 사회문화적 가치 8조 3,000억원)을 인식하고 농업에 대한 직, 간접 보조를 식량안보에 대한 ‘국가의 보험 지불’이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통하여, 생명산업인 농업을 지킴으로써 식량의 무기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