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2번, 30대는 3번, 40대는 4번, 50대는 5번, 60대 이상은 몰아서 6번을 눌러 주세요. 몰아서라니 70이나 80, 90, 100을 60으로 한다는건지 60을 100의 생각과 같다는 심산인지입니다. 며칠전까지 이런 전화 몇 번이나 받아 보셨나요. 60세가 넘으셨으니 6번을 누르셨겠네요. 뭘 물을까 였는데 딸깍입니다. 뭘 묻지도 않고 이니 또 오겠지 합니다. 하루해가 다 가도록 그런 전화가 없으니 그게 뭐였는지 궁굼해 집니다. 뉴스 시간이면 바보상자 채널은 이 분들 차지입니다. 신문이 오면 맨 먼저 차지하는 게 이 분들의 일과입니다. 지난 3,4월은 신문을 펼칠 때 마다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누구당이 어느당을 얼마만큼, 어디에서 앞서느니 하는 여론조사입니다. 그걸 놓고 한 20대, 40대 여론조사결과, 그 성향에 대해 토를 달아줍니다. 2~40대가 그 당을 지지하니 아마도 그 당이 원내 1당이 될 것임을 장담합니다. 단서로 이들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지당한 말씀을 자기들만의 조사에서 나온 결론인양 떠벌립니다. 계속이었습니다. 우리의 60대 이상은 그제 서야 눈치 챕니다. 6번을 누르니 달깍 송수화기를 내려놓은 조사기관의 깊은 뜻을. 이래서였구나로 알아차립니다. 60대 이상은 이제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닙니다. 소통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SNS로 소통할 줄 알아야 국민이 되는 현실입니다. 그렇게 하면 60대 당신도 대한민국 국민의 반열에 끼어들 수 있습니다.

옛적 미국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입니다. 그 때는 미국이 대공황을 겪으며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1936년입니다. 현직 대통령인 루즈벨트는 그 대공황에서 벗어나려 노력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재선을 위해 캔서스 주지사인 랜든과 대결하게 됩니다. 당시의 여론은 루즈벨트에게 우호적이었습니다. 여론조사에 나선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라는 언론매체는 240만명의 대답으로 57%대 43%라는 랜든의 압도적 승리를 예측합니다. 선거 결과는 38%대 62%로 루즈벨트가 대승을 합니다. 왜일까? 추정을 해 봅니다. 이 매체는 우선 자기 매체의 구독자, 전화번호부, 사설클럽 회원명부등에서 1000만명의 명단을 추출, 이중 240만명의 응답이었지만, 사상초유의 표본수에 걸맞지 않은 엉뚱한 결과를 발표하게 됩니다. 그 결과에서 두 가지를 살펴 볼만합니다. 그 하나는 편의적 조사대상 추출입니다. 1936년대의 미국은 전화만도 상류층의 소유물, 자동차도 사설클럽회원도 거의가 상류층이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랜든을 지지한 반면 경제적 공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하류층은 그 반대였습니다. 그런 비율만큼을 추출대상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1000만장의 75%가 무응답이었다는 게 치명적 오류였다는 후설도 있습니다. 그 언론매체는 바로 폐간됩니다. 혹시 이 언론매체가 랜든이 대통령 되길 고대 했던 건 아닌지 하는 지금 생각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봅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임신상태의 여성은 이를 중단 하기 위해 임신 초기 3개월간 언제든지 의사를 찾아 갈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귀하는 이 판결에 찬성입니까 반대입니까’ 하고 갤럽은 이렇게 임신중절 허용에 대한 찬반 질문의 설문을 냅니다. 그 결과 허용 47%, 반대 44%를 얻어 마침내 낙태허용 판결 지지여론을 이끕니다. 하지만 이 설문을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판결했습니다’를 빼고 물었어도 이런 결과를 얻을수 있었을까 입니다. 갤럽의 질문에는 응답자가 연방법원의 판결이 옳으냐로 판단케 하는 물음일수 있기 때문입니다. 낙태와는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런 맥락으로 낙태 허용반대자들은 그걸 이렇게 묻습니다. ‘ -임신 상태의 중단을 위해’를 ‘낙태를 위해’로 바꿔 묻습니다. 그러니까 낙태를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반대하십니까 로 물으니 찬성 36%, 반대 51%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대조입니다. 그러니까 그게 이렇습니다. 재판에 이겼을 때의 당신과 패했을 때 의 당신 경우입니다. 이긴 당신에게 묻습니다. 패한 상대의 소송비용을 이긴자가 내야한다면 이에 찬성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반대하시겠습니까 입니다. 또 뒤집어진 여건으로 반대했겠습니까, 찬성하셨겠습니까로 처지를 바꿔 놓아 보죠, 판이한 답변을 하리라 자신합니다. 이렇듯 조사의 모든 사례는 설문조사의 결과가 질문의 형태, 방향, 질문 받는 분위기, 환경등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우리의 조사기관, 우리의 언론매체들은 이런 변수가 도사린 여론조사를 더듬어 살펴보았는지 의아함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2~30대에 맞춘 조사결과로 야당이 우세할 것이란 터무니없는 예측은 여론조사의 개연성마저 의심케 합니다.   

선거때만 되면 너도 나도 무슨 무슨 여론조사기구라며 여론의 향방을 조사합니다. 하나의 행사입니다. 지난 4.11총선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여론조사는 통계에 의한 확률입니다. 여론조사를 위해서는 조사대상을 우선 선정해야하는 편의추출이 대세입니다. 이는 조사자가 표본을 선정합니다. 그렇기에 조사 대상자의 대표성이 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이젠 조사기관의 설문에 의도성, 편파성은 없는지, 응답자도 질문에 얼마나 성실히 답변했는지를 돌아 볼 때 입니다. 연말이면 또 선거를 해야 합니다. 그때도 질문하고는 대답이 필요없는 설문형 전화가 걸려오면 어떡하실래요. 의도한 결과 놓고 거기에 꿰맞추는, 답변을 유도하는 그런 설문이면 어쩌실래요. 그게 빌미되어 될 사람 정해 놓은 듯 안 될 사람 찍지 말라는 은근한 유도로 몰아가지나 않을지 입니다. 허용오차까지 안내하면서도 결과에 대한 책임, 지지 않으려는 의무(?)를 계속한다면,  1936년의 미국이 마냥 부럽습니다. 그래도 오는 12월에는 나이 60이 넘어도 틀림없는 대한민국 국민이란 확신이 섰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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