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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1주년> 충남도내 구제역 대책을 묻는다 ③
축산업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2011년 12월 13일 (화) 16:33:44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 축산업은 성장했지만 축산행정은 제자리
- 백신방역한계, 상시 예찰 시스템 구축 필요

 구제역은 방역체계 전반에 많은 과제를 던져줬다. 예방부터 사후대처까지 정부는 뒤늦게 일파만파 번지는 구제역 급물살에 허둥댔고, 지자체는 정부의 지침과 지역의 상황들을 돌아보며 대처하느라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정부는 이번 구제역 사태를 겪으며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지방 정부의 예방과 초동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고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을 개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구제역이 다시 찾아오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 축산업은 급성장 했지만 축산행정은 아직도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경제성장 및 소득수준 향상과 맞물려 소비가 생산을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부업형태의 축산업이 산업적 축산으로 변모하며 규모는 엄청나게 확대됐고 기술수준이 향상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2010년 농림업 총 생산액은 약 43조 5000억원인데, 이중 축산업은 17조4714억원으로 전체의 40.2%를 차지하고 있으며 품목별로 돼지, 한우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하지만 성장하는 축산업에 맞추어 축산 행정시스템은 아직 제자리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축산업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충남 보령과 홍성에서 구제역이 발발했을 당시 관련 대응활동을 했던 축산직 공무원이 보령은 1명, 홍성은 2명에 불과했다. 천북면만 해도 인구는 5천이지만 축산 사육두수는 13만마리가 넘는다. 악취나 환경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오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민원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홍성의 경우 그나마 한 명도 환경과에서 파견 나온 상황이었다.

본지와 함께 현장조사에 동행했던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농가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담당 공무원의 수는 턱없이 부족해 향후 구제역이 다시 발생한다면 담당공무원의 희생이 반복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구제역 관련 대응이 정부 중심인 것도 문제다. 농림수산식품부의 구제역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시 구제역 방역 대책본부가 구성되고 가축방역협의회의 자문을 통해 대책과 시행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돼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김선경 위원은 올해 1월에 열린 구제역 국회토론회에서 "살처분 명령이야 시장 군수 구청장에 의해 발효되지만 실질적인 명령은 중앙기관과 자문을 담당하는 방역협의회의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내려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구제역 관련 정보를 독점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처한 환경이 각기 다른 지라 현장에서 직접 방역을 담당해야 하는 지자체는 어려움이 많았다. 보령의 경우, 방역당국이 구제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사전조치를 취하자 해당 농가에서는 살처분에 반발하기도 했으며, 2만여마리에 달하는 대규모 매몰장소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 매몰부지 물색 끝에 농장에서 5km 가량 떨어진 국유지가 매몰지로 결정되자, 매몰지 주변 주민들이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나서 한때 매몰작업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조사 시 동행한 공무원은 정부지침의 변동을 지자체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는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매몰지 선정과 살처분 과정에서 “당장 상황이 급박해 원칙을 모두 지키기는 어려웠다”고 말하며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당시 방역현장의 참담한 상황을 떠올렸다.

또  “보상 산정방법도 정부에서 시가기준을 명확하게 주지 않아서 별도지침에서 시가를 정하는 등 혼선이 있었고 지침 또한 계속 수정됐다”며 정부 지침 혼선에 따른 지자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백신방역한계, 상시 예찰 시스템 구축 필요

 이번 구제역 사태를 겪으며 정부가 내놓은 ‘가축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의 주요내용은 △축산업 허가제 도입 △축산관련차량등록제 △가축거래상인 등록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부터 백신접종을 하지 않는 농가에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가되고 가축거래 때 예방접종확인서를 의무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구제역 살처분 보상금 비율을 낮춰 축산농가의 책임과 의무 준수 정도에 따라 보상금을 차등지급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축산업 허가제는 기존에 시행중인 축산업 등록제와 다를 바가 없어 허울뿐인 방안”이라며 “오히려 축산행정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가동되는 검증된 방역시스템과 관련 축산행정의 적정한 인력배치와 예산편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축산농가에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기보다는 구제역 상시 예찰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제역 재발방지를 위해 방역시스템의 하부단위에 수의사 등 전문가들이 파견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의축산전문가의 경우 산업동물의 임상을 외면하고 소수정예화 돼 있으며, 축산전문가와 노동자 또한 대형화, 자동화 추세로 소수화 돼 있어 방역을 사전에 잡아내는 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위원장은 "이번 구제역 파동도 축산농가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후진적인 예찰 시스템으로 확산된 것"이라며 "수의사처방제 등을 통한 상시예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백신 중심의 방역은 한계가 있음에도 정부가 백신에 의존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신의 경우 항체가 형성되면 증상을 완화시키고 발생을 최소화해 살처분으로 인한 보상금, 동물복지문제, 환경오염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항체가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백신 접종을 받은 동물이 백신접종 이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보균자(carrier)가 되어 구제역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퍼뜨릴 위험이 있어 백신접종 후 구제역 감염축 확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구제역 바이러스는 자가발전·변종할 수 있고 백신도 10가지 타입이 넘어 백신 방역은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홍하일 위원장은 이에 대해 "많은 나라에서 백신접종 종료 후 구제역이 창궐하는 경우가 많았다. 백신 접종을 해도 항체가 형성되는데는 시간이 걸리며 형성된 항체가 자연 감염인지 백신에 의한 항체인지 색출해내는 등 사후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U에서는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백신접종이 살처분에 비해 낫다고 판단되지 않아 구제역 청정화를 실현한 1991년 이후 백신 접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살처분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 긴급 피난적 조치에 한해 허가하고 있다.

정부는 단지 구제역을 방지하기 위한 형식적인 축산 관련 대책이 아니라 성장하는 축산업의 규모에 맞는 축산정책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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