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햇살을 받은 오서산의 신록이 눈부시다. 겨울을 이겨낸  소나무도 그 빛이 순해졌으며, 다람쥐를 불러들일 상수리나무도 분주하게 잎을 피우고 가을바람에 은빛 머리 곱게 빗던 능선의 억새풀도 소리 없이 새순을 내밀고  있다. 게다가 군데군데 번지고 있는 산머루의 연분홍 웃음은 경쾌함을 더해 준다.

고향집에서 오서산을 바라보면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우리의 아이들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어린이를 미래의 꿈나무라 부른다. 햇살이 어느 나무에게나 공평하게 따스한 빛을 나누어 주며 숲을 살찌우는 반면, 우리는 육상 꿈나무, 과학 꿈나무라고 이름 붙여 자칫, 특정 분야의 소질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만을 우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천년의 비바람을 견디며 자란 나무는 천년 이상 가는 건축재로 쓰여 이천년의 수명을 갖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나무를 천년동안 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며 그럴 필요도 없다. 집을 지을 때 수령이 오래되고 반듯한 나무를 구해 서까래를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서까래 못지않게 벽을 두르고, 문살을 깎고 대청마루를 깔 나무도 소중하다.

천년 노송으로 지었다는 일본 호류사는 수령이 부족하더라도 남쪽 벽에 쓸 나무는 남쪽에서 자란 나무를, 서쪽 벽에 쓸 나무는 산의 서쪽에서 자란 나무를 골라 썼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의 전통가구 ‘전주장’을 만드는 용목은 어릴 적부터 앓아 온 병으로 몸통에 옹이가 돋고 심하게 뒤틀린 나무에서 나타나는 용무늬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렇듯 숲을 이루고 있는 모든 나무는 소중하고 고유한 쓰임을 가지고 있다.

오서산 아래 물푸레나무는 도끼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도끼자루, 소의 진행방향을 잡아 줄 수 있는 소코뚜레, 아이들의 올바른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회초리로 쓰인다. 산의 중턱에 있는 오동나무는 할아버지의 걸음걸이를 지탱해주는 지팡이와 집안의 귀중품을 보관하는 장롱으로 다시 태어 날 수 있다. 깊은 산중의 자작나무는 인류의 역사를 굴려온 수레바퀴와 사람의 이름을 대신하는 도장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5월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건축재로 쓰일 어린이들에게는 그에 걸 맞는 맞춤형 교육을, 병마로 고통 받는 어린이에게는 전통가구의 용목으로 쓰일 수 있다는 희망을, 바이올린 악기통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에게는 특기적성 교육을 실시하여 소외되는 어린이는 없는지 돌아보아야한다. 햇살이 모든 나뭇잎에 골고루 내려앉듯, 우리사회도 꿈나무를 비롯한 모든 어린이에게 공평한 손길을 주어야한다.

다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고 했으니, 비바람에 흔들리고 젖어도 따뜻한 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뿐이다.

오서산 가득 제각각의 모양으로 자라고 있는 나무들은 굳이 물건으로 만들어지지 못한다 해도 초록의 향을 발산하고 숲을 구성하고 있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롭다. 능력도 다르고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미래를 위해 발돋움하고 있는 5월의 어린이들은 그들의 웃음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