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싶으면 /세상을 아름답게 보세요/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싶으면 /세상을 행복하게 보세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으면 /세상을 평화롭게 보세요 /사랑이 넘치는 세상에서 살고 싶으면 /세상을 사랑해 보세요 /다 마음먹기 나름이고 /다 바라보기 나름입니다.’(아름다운 세상…햇볕 같은 이야기 중에서)
짧지만 참 예쁜 글귀이다.
그래서, 그 글을 읽는 내내 잠시지만 마음에 평온함을 주는 듯도 하다.
이 글을 ‘어디서 봤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서점에 진열된 책 속에서! 아니면, 책을 소개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봤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이 글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들은 아마도 보령시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아닐까 한다.
1월 마지막 한 주 동안 이 글을 포함한 각각 다른 제목의 명언, 생활의 지혜를 일깨워 주는 글 4개가 보령시청 민원실과 본관 곳곳의 남녀 화장실에 깔끔한 모습으로 붙여져 있었다.
따라서 시청 직원들은 최소한 하루 한 두 번쯤은, 그리고 어떤 일로든 시를 방문해 화장실을 이용했던 민원인들에게도 이 짧은 글은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하게 하고, 기분 좋게 읽혀졌을 것이다.
이렇듯 화장실을 오고가는 이들이 화장실이 무의미하고 칙칙한 곳이 아닌, 기분 좋은 곳으로 느낄 수 있도록 그 수고로움을 자청해 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보령시청 사회복지과 노인복지업무담당자인 고복순(39세)씨가 그 장본인이다.
그녀를 만나 , 화장실 사랑 이야기를 들어본다.
“화장실에서 만이라도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했어요. 때로는 긴 시간동안 화장실을 애용하는 분들도 많은 데 무료하게 앉아있는 것보다는 무엇인가 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으면 했죠.”
고씨의 화장실 가꾸기는 2000년도 회계과 영선계원으로 근무하면서부터이다.
“영선계 업무는 청사 관리업무예요. 따라서 그 중 화장실 관리도 들어 있죠. 그래서 생각했죠. 화장실을 향기나는 곳으로 만들어야 겠다고요. 코로 맡을 수 있는 향기도 있지만, 눈으로 볼 수 있는 향기와 쉼터로 만들어야겠다 고요.”
고 씨는 영선계로 자리를 옮긴 후 바로 ‘화장실을 사색의 공간으로 만들자’라는 제안으로 결재를 받았으며 그 해 1월부터 시청사내 민원실과 본관에 있는 남녀 화장실에 각각 다른 글귀를 바꿔가면서 올리기 시작했다.
“한 주에 4개씩 글을 선정해 바꿉니다. 화장실마다 다른 글을 붙여 놓죠. 물론 붙이는 일은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계시구요.”
그렇게 2년여, 영선계 근무 당시 한 주도 거르는 일없이 이 일을 해오고 있던 고 씨는 지난 2002년 9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으며 그 후로도 그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제 자신이 먼저 위로 받고 힘을 얻었습니다. 정말 힘들고 지칠 때는 가슴에 와 닿는 글 한마디가 많은 힘을 주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영선계에서 자리를 옮기더라도 이 일을 제가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당시 과장님이 읽으셨던 것 같습니다. 일을 가지고 가라 하시더군요.”
이제 햇수로 4년째, 고 씨는 ‘화장실을 사색의 공간으로 만들자’라는 처음 마음처럼 매주 좋은 글들을 골라 동료들과 민원인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의 아니게 불쾌한 일들이 생기게 되잖아요. 그런 마음들이 화장실에서만이라도 좀 부드러워지고, 넉넉해 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고 씨는 생활과 밀접한 글들을 선정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은 물론, 독서, 신문 칼럼, 지하철 ‘사랑의 편지’란 등을 수시로 오간다고 한다.
특히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고 있는 고 씨를 위해 동료들이 좋은 글을 찾아 보내주기도 하고, 아주 가끔은 직접 짧은 글을 써보기도 한다고 말한다.
“자료는 무궁무진해요. 좋은 글들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가끔 귀찮아 지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고 씨는 말한다.
“가끔 동료들이 ‘변비가 없어졌다’고, 글이 좋아서 적어다 자녀들 책상에 붙여 놨다고 하시면서 격려해 주실 때 뿌뜻해요. 제 자신이 위로 받고 돌아볼 수 있어서 좋은 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왜 귀찮겠어요. 계속하고 싶습니다.”
고 씨의 모습은 참 꾸밈이 없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단아한 개량한복 차림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항상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해,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한복은 97년 민원실에 있을 때부터 입기 시작했어요. 편해요. 그리고 민원실에 있으면서 거울을 보고 웃는 연습을 한 적이 있었어요. 웃음이 있는 얼굴은 예쁘지 않아도 예뻐 보입니다. 많이 웃으세요.”
고씨는 85년 충남도 공채시험을 거쳐 86년 대천시청 왕대동사무소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햇수로 18년째 공직에 임하고 있다.
87년 대천시청에 함께 근무하던 박영철(45세, 대성교회 전도사)씨와 결혼 후, 슬하에 상빈(16세)·상인(11세)·상은(7세)군 등 3형제를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목회자의 길을 가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97년 뒤늦게 신학교에 입학 후, 이제 곧 대전신학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남편 박씨의 든든한 내조자로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기도 하다.
“재가복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무관한 일이 아니구요. 앞으로도 그 일을 열심히 하고 싶어요.”
민원인을 대할 때는 항상 웃음과 친절로,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서는 삶과 사랑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따뜻한 글로 감동을 주는 사람 고복순씨.
소박한 배려로 감동을 주는 고복순씨와의 만남은 마치 오랜 친구와의 만남처럼 편안했다.
/이순금기자
우편번호 33436 충남 보령시 신설 3길 11, 1층(동대동, 모스트센터) | Tel: 041)936-0005 | Fax:041)935-1356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연중
Copyright ⓒ 2009 보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jong8610@hanmail.net
2024.4.24 수 10:06 
webmaster@charm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