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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익는마을 이야기②]어른들이 책을 읽자
황선만(책익는마을)
2011년 01월 04일 (화) 10:21:39 보령신문 webmaster@charmnews.co.kr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정집에 방문해보면 책장에 책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위인전, 전래동화, 창작동화에서 인체, 우주, 자연 등 제법 전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편집된 책들이 집안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는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태교용 책에 이르기까지 준비돼 있곤 하니 가히 독서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될 듯 싶다.    할부로 전질류 한 질을 어렵게 구입해서 큰 애부터 막내까지 손 때를 느껴가며 돌려 읽었던 20~30년 전 서민들의 가정집 풍경을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마도 어린 아이들이 대체로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럴 것이다. 만나보면 그렇게 똑똑할 수가 없고, 책 속에서 얻은 지식들을 놀랍도록 많이 기억하고 있다. 나는 직업상 어린 학생들을 자주 만나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와 지식은 책이 아니고는 도저히 얻을 수 없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이런 모습은 부모들이 독서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도서관도 시스템이 제법 잘 갖춰져 있어서 큰 도서관, 작은 도서관, 학교 도서관 할 것 없이 가까이에서 만날 수가 있다.

집집마다 어린이 책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요즈음, 나는 가정집을 방문하면 슬그머니 훔쳐보듯 하는 습관이 한 가지 생겼다. 바로 어른들의 책을 찾는 것이다. 아뿔사! 그 즐비한 책장 사이 어디에서도 어른들의 책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별한 가정을 제외하고는 어른들의 책을 만나는 것이 ‘발견’하는 수준인 경우가 흔히 있다.

부모들은 자녀의 책읽는 모습을 보면서 흐믓해하고 격려해준다. 반면에 책을 안 읽는 자녀에게는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늘어놓곤 한다.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책과 친해지지 않는 아이들도 있으니 어찌된 일일까.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책장에 책도 채워 주었고, 도서관도 가까이에 있지만 무슨 환경이 더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어른들의 책읽는 모습이 아닐까. 부모의 독서하는 모습이야말로 자녀들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이 아닐까.

책익는마을은 ‘어른들의 독서’를 모토로 하고 있다. 물론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내가 독서토론 모임을 한다고 말하면 어떤 이는 “우와!” 감탄을 자아낸다. 또 어떤 이는 이해를 잘 못했는지 “어린시절에 책을 많이 읽어야 해!” 라고 동문서답 아닌 동문서답을 하곤 한다. 책 읽는 것이 무슨 예외적인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나 학창시절에나 책을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학창시절에 책읽기를 얼마나 제대로 교육하던가. 중학생만 되면 입시전선에 돌입해서 ‘책 읽지 말고 공부하라’고 윽박질러대지는 않았던가. 입시관련 문제집을 수 십 권 씩 밑줄긋지만 정작 삶 속에서 자신의 심성과 지혜를 가꾸는 데 필요한 서적을 펼치고 얼마나 밑줄 그어 보았던가. 진짜 독서는 학창시절을 벗어나야 가능하거늘 훈련받지 못한 우리는 책과 친해지지 어렵다.

간혹 학창시절에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독서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매우 큰 오해다. 성인들의 독서 생활이란 학창시절에 국영수를 어떻게 했는지와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 왜냐하면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란, 저 오대양처럼 한없이 넓고 깊기 때문에 너 나 할 것 없이 신입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풍경을 한 번 상상해 보자. 어느 날 독서 재미를 알게 된 아빠가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다.
  “아빠, 뭐 해?”
  “어, 아빠 책 읽고 있어!”
  “아빠, 나하고 놀자!”
  “책 조금 밖에 안 남았으니까, 다 읽고 같이 놀아줄게!”
  그동안 아이는 무엇을 하면서 기다리게 될까. 그리고 책을 읽고 난 아빠는 아이와 놀면서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까. 상상이 현실로 되는 길은 멀리있지 않다. 오늘밤 당장 거실 쇼파에서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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