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1일 공군사격장 인근에 사는 이모씨 등 2130명이 "사격장 소음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격장의 소음피해를 인식했거나 부주의하게 인식하지 못한 채 전입한 일부 주민에게 손해배상액을 줄이지 않은 원심 판결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원심이 주민의 전입시기 등에 대해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파기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주민들이 소음피해를 감수하고 이를 이용하려고 이주했다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측정 지점별 등가소음도 70데시빌(dB, 약 83WECPNL) 이상을 배상기준으로 정하고, 배상액을 75데시빌 이상 지역 주민은 월 10만원, 70∼75데시빌 지역은 월 7만원으로 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재판부는 수인한도(소음도를 사람이 참을 수 있는 기준)를 평균 등가소음도 75데시빌(dB)로 판단, "국가는 (이 기준에 해당되는) 원고에게 총 62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사격장이 설치된 1986년 12월 이후 인근으로 이사해 온 주민들은 소음피해를 미리 알고 있었거나 본인의 과실로 소음피해를 미처 알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전입 시기와 거주 기간에 따라 배상액을 30∼80%로 감액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심은 수인한도를 평균 등가소음도 70데시빌(dB, 약 83WECPNL)로 판단, 이 기준에 해당되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소음피해를 미리 알고 이주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1·2심 재판부 모두 공군사격장의 경우 전투기의 급하강·급상승 등 선회비행 소음, 폭격 소음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등 다른 항공기 소음과는 다른 특성이 있으므로 일반적인 항공기 소음측정 단위인 웨클(WECPNL)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을 기준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