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일조가 관창공단내에 '육계가공 공장'을 건축하던 중 이 업종이 당초부터 입주할 수 없는 업종인 것이 드러나 공사가 중단된 현장. (주)일조는 공장부지 매입.공장 건축과정에서 보령시로부터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이상우 기자

관창공단에 입주하기로 했다가 무산됐던 육계가공업체인 (주)일조(대표이사 김일수)가 지난해 8월 보령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액(100억원)보다 훨씬 적은 6억1천여만원의 배상판결이 나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민사합의부(부장판사 한동수 지원장)는 12일 '시는 행정실수로 업체에 손해를 끼친 점이 일부 인정된다'며 이 업체에 6억1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주)일조 측은 12일 <보령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일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소송의 원인은 법원의 판결처럼 단순한 '행정실수'가 아니라 보령시가 (주)일조가 관창공단에 입주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입주를 추진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향후 항소심에서는 (주)일조의 건축허가 이전에 보령시가 일조가 관창공단에 입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했었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육계 가공업체인 (주)일조는 지난 2006년 12월 6일, 보령시의 주선으로 (주)대우건설과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12월 15일 보령시로부터 ‘공장 건축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공장건축 허가시 (주)일조가 제출한 신청업종은 ‘기타 육지동물 고기가공 및 저장처리업’(분류코드 15119)으로 ‘기계, 전자, 운송용 기계 등의 업종’으로 입주가 제한된 관창공단에는 애초에 입주가 불가능했던 상황이다.

특히 첨부된 사업계획서에는 ‘도축업’(분류코드 15111)까지 포함돼 있으며, 이 업종은 충남도지사의 허가사항임에도 보령시는 이를 무시하고 매매계약 9일 만에 전격적으로 공장 건축을 허가해 줬다.

이를 두고 관창공단에 입주해 있던 업체들과 지역주민들은 충남도를 비롯한 각계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주)일조의 허가 철회를 요구했으나, 보령시와 (주) 일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공장 건축을 강행했다.

이후 2007년 5월 실시된 보령시에 대한 충남도의 종합감사에서 관창산업단지의 업종변경 및 관리기본계획 변경없이는 육계 가공업의 유치가 불가능했던 것이 밝혀졌고, 담담 공무원에게는 징계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보령시는 이 문제가 충남도의 감사에서 지적되자, “담당 직원이 ‘입주업종에 제한이 있다’는 관련 법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으며, 도계업이 사업계획서에 첨부된 것도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7월 신준희 시장이 취임한 후 가진 ‘2006년 주요업무 추진상황’ 보고자료에는 관창공단의 유치업종이 ‘조립금속, 기계, 운송용 기계, 기타’로 기재돼 있다.

보령시가 2006년 12월 (주)일조에 건축허가를 내주기 전에 이미 관창공단에 입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대목이다.

그후 일조는 이곳에 입주할 수 있도록 '관창산단에 대한 용도지역을 바꿔달라'는 '관창일반산업단지 지정 변경 및 개발사업 실시계획변경 승인' 신청서를 충남도에 제출했지만 도는 '이 산단은 애초 목적대로 자동차 관련 산업 외에 타 제조업체의 입주는 불가하다'며 신청서를 되돌려 보냈다.

시는 2008년 2월 이 업체에 입주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일조는 '입주계약 해지는 잘못됐다'며 도와 시를 상대로 잇따라 행정심판을 제기했지만, 각각 각하와 기각을 당했다.

이어 이 업체는 지난해 8월 보령시를 상대로 "보령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관창공단에 건축 중이던 공장이 무산됐고, 이로 인해 332억의 손실을 입었다"며 1백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