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있다면 바로 부패한 공직자들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약속이라도 한 듯, 국무총리 후보자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경찰청장 후보자, 그리고 외교부 장관까지 줄줄이 떳떳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에는 이런 이들밖에 없는 것일까. 무더기로 드러난 탈법, 탈세, 권력남용 등 부적절한 행위는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거짓말과 변명을 일삼는 공정성과 도덕성에 대한 불감증에 실망하지 않은 국민이 과연 있을까?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그들이 공직자로서 해서는 안 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니,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은 안 흐릴까, 일반 공무원에 대해서도 알선 및 청탁, 금품수수, 공금횡령, 접대 및 향응 등 쉴새없이 부정부패에 관한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왔다. 또한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의 직무상의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공무원 재직 중 직무와 관련한 부패행위 사유로 당연 퇴직, 파면 또는 해임된 경우로 업무유관 기관 등에 취업제한을 받은 공무원이 1천51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식은 국민들에게 배신당한 듯한 마음속 상처를 새기는 동시에 공무원들에 대한 지울수 없는 편견과, 오해를 안겨줄 뿐이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이를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어야 할까. 소수의 인간답지 못한 이들로 인해 97만명의 공무원들이 ’썩었다는’ 불명예를 안아야만 하는 것일까.

  최근에 뜨거운 감자인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문제도 그렇다. 유 장관은 그동안 “야당 찍은 젊은 애들은 이북 가서 수령님하고 살아야 한다.”는 등의 막말로 물의를 빚어왔다. 지금까지 현 정부에서 최장수한 외교부의 장관으로서 해온 일들은 함구하더라도 이런 추문까지 일으켰으니, 국민으로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내용인 즉슨 이번에 외교통상부에서 5급 공무원 사무관 특별공채를 했는데, 단 1명이 합격하였으니, 바로 유 장관의 딸이다. 물론 공정한 경쟁의 결과였다면 상관이 없지만, 딸에 대한 특혜 의혹을 감사한 행전안전부는 "한마디로, 시험 관리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고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이번만 그런 부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외교통상부가 특별채용으로 뽑은 사람이 같은 기간 외무고시를 통해 선발한 인원의 4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 지금껏 해온 외무고시가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는 것을 절실히 증명할 뿐만 아니라 현 정부만이 아닌 전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다. 이번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공정한 사회’라는 구호는 간데없이, 권력과 부의 세습이라는 ‘현대판 음서제도’의 실상을 보여준 것이다. 당장 5급 공무원 특채 비율을 50%까지 늘리겠다는 정부의 행정고시 개편안이나 외무고시 대신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외교관을 충원하겠다는 외교부의 방침은 이번일로 비추어볼 때 상류층을 위한 공식적인 음서제도의 마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명 ‘빽‘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사회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위의 사례들은 공정한 사회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서 이번 일을 비추어 본다면 과연 현 정부의 공정한 사회는 실현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부패가 발생하는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예방하여 부정한 공직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는 공직자 선발에 있어 공정해야 하고 숨기는 것이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인 부패문화를 근절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그들이 언행일치하여 노력한다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다신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아 무늬뿐이 아닌 진정한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