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2010년 8월은 무척이나 무더웠습니다. 찌는듯한 더위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더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더 짜증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런 사람’이 국민 앞에 가슴펴고 나섬 보다 그런 사람들을 국민 앞에 추천한 사람들에게 우린 더 부글거리는 속을 가라 앉히지 못했습니다. 이걸 보고도 어쩌지 못하는 무기력에 더 무덥고 더 짜증스러운 여름 한 가운데 선 8월이었습니다.

그런적 있다, 그런적 없다로 말씨름 두어 판이면 ‘있다’로 확인되고 그러면, ‘그렇다면 그런적 없다고 한 걸 사과한다’며 전혀 사과한 사람의 얼굴이 아닌 그림을 보며 우린 밥맛을 잃었습니다. 웬만한 사람이면 다 그렇게 자식을 위해 한다는 위장전입, 이름도 생소한 다운계약서가 불법이지만 관행이었다는 뻔뻔함, 세금 안낸게 잘못이라면 지금 내면 되쟎느냐는 어쭙잖은 당당함, 공무원을 하인으로 부려먹고는  그게 뭔 잘못이냐는 철 모름, 내 마누라가 내 차 좀 썼기로니 그게 잘못이냐는, 관용차를 제 차로 아는 무식함에 덛 댄, 사용료를 내면 되쟎느냐는 노려봄, 그 대상이 우리인데 두고 보자는 다짐인듯해 섬뜩하기도 했던 8월이었습니다.

4월을 누가 잔인한 달이라 했나요. 우리에겐 4월이 아니고 8월이었습니다. 대궐 놔두고 쪽방에 살겠다고 한 그 사람, 몸도 거기 같이 있었나요. 혹시 이게 청렴의 바로미터 되어 당신이 낙점 된 건 아닐거란 생각으로 그나마 위안 삼습니다. 이게 큰 위안되는 우리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2010년 8월은 몇 사람을 보내고 세금을 빼 먹고, 자식 주검에 고상하게 울어야지 짐승같이 울었다고 탓한 사람은 남았습니다. 그렇게 8월은 무덥고 열 받치게 하고는 나 몰라라 우릴 떠났습니다. 떠나보내고 남게 한 이들은 그냥 돌아만 앉은 채 8월은 떠나갔습니다.

그 탓인지 9월은 8월의 참음이 눈물 되어 하늘이 내려앉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린 그 탓인지 <공정사회 구현>이란 시작으로 9월을 시작하구요.
 9월의 하늘은 8월보다 더 잔인하게 우리에게 다가섰습니다. 하루에도 해와 폭우가 수시로 들락거리고 번쩍 꽝이 눈과 귀를 수없이 내 갈기며 그렇게 9월은 초순을 접어갑니다.

우리네는 언제부터인지 낯이 두껍다, 참 두껍다는 말을 자주하고 자주 듣기도 합니다. 그래 오며 이 낯 두꺼움에 토를 달진 않았습니다. 이 낯 두꺼움에 토를 달게 한 9월은 하늘이 베푼 시혜로 염치란 형이상학적 표현을 다시 둘러보게 한 요구였습니다.

명절 때면 기차역이나 터미널에 표사기 위한 줄이 긴 뱀입니다. 젊은이 하나가 그 줄 맨 앞에 가  서 버립니다. 9장 남았으면 아홉 번째 선 사람은 줄 서나 마나였습니다. 아닙니다. 선수가 있습니다. 매표 직원이 몇 장 빼돌렸습니다. 그 몇 장 줄 선사람 몫이었죠. 새치기라고만 하기엔 너무 억울함입니다. 언제였던가 새로 돈을 찍으면 기념으로 몇 장을 판매합니다. 우린 그걸 사겠다고 어제 저녁부터 자리 깔고 줄줄이 눕습니다. 100장이라더니 60장으로 끝, 순서를 재고 밤샘한 40명, 허탈했다 일까요?  여기에 그 은행 간부들이 그 40장을 미리 챙겼다면 멍 때리는 효과를 본 셈입니다.

어느 한 장관은, 어느 한 장관입니다. 사랑하는 딸을 위해 공직자특별 채용의 자격요건까지 고무줄로 하면서 옆에 두었다니, 실제 그 딸이 충분히 그 직에 발탁될 수밖에 없는 실력이었다 해도 인데, 그런 뒤의 그 장관 시험관이 내 딸인지 알 리가 없다, 그러므로 적법하다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습니다. 믿으시나요. 그 딸이 계약직으로 3년이나 애비와 함께 근무했다는데 말입니다. 대통령이 나섭니다. 이러니 그 장관 부랴부랴 딸 채용을 취소한다며 죄송스럽다고 합니다. 그것도 우리에게가 아니고 그 죄송함이 위를 보고입니다. <공정사회 구현>의 사회에서는 용납 될 수 없다는 위의 얘기를 들으면서 9월의 <공정사회 구현>이전과 이후를 떠 올림은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우린 지금 옳고 그름의 ‘생각 분수령’ 꼭짓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듭니다. 옳고 그름의 궁극적 판단은 우리가 만든 법이 합니다. 하지만 법 전 우리가 내려야하는 판단도 법 판단 못지않게 자리하고 있음을 간과 할 수 없습니다.

거짓말이 그렇고 법 어김에 토를 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더구나 법으로 마련한 ‘공소시효’를 이마에 붙이고 나서는 공직자, 죄송 하다로 자리를 뭉개는 고위공직자, 위 한마디에 그렇게 당당함이 초개로 변하는 그들을 우린 고작 염치도 없는 *, 그저 법 대신 욕으로 물 먹은 가슴 다스립니다.

새로 찍은 돈 40장 미리 챙긴 은행 사람들, 기차표 미리 사둔 매표 근무원들, 새치기한 젊은이, 딸 챙겼다 말 한마디에 그 딸 내친 장관님, 거짓말에 내침 당했다는 그들, 그래도 남은이 모두를 우린 9월이 준 선물<염치>로 <공정한 사회>에 받침으로 쓸 요량을 합니다. 염치가 있지도 없지도 않은 당신들, 참 염치도 좋네로 대리 마감합니다.  - Come September, 9월이 오면 이었는데.

권 용 세
(thewalnut@hanmail.net)